"빚내서 집샀다" 2분기 가계 여윳돈 13.7조원…4년9개월 만에 최소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올 2분기(4~6월) 가계의 자금 잉여 규모가 줄었다. 분양시장이 열기를 띄면서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에서 대출 받아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2분기 중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13조7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0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2011년 3분기(6조6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며 2013년 3분기와는 같다.

자금잉여는 예금이나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으로, 통상 가계 부문의 자금운용액은 자금조달액보다 크다.

2분기 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 규모는 36조6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6조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자금운용도 같은 기간 44조5000억원에서 50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자금조달액이 자금운용액보다 더 크게 증가하면서 자금잉여는 1분기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다.

문소상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2분기에는 민간소비가 늘었고 신규 주택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이 늘어났다"며 "자금조달의 경우 예금취급기관 차입금을 중심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자금잉여가 대폭 줄어든 것은 가계의 대출 증가 영향이 컸다. 2분기 중 가계의 금융기관 차입은 37조원으로 전분기(19조2000억원)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장기차입금은 1분기 17조5000억원에서 2분기 29조6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장기차입금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 1년 이상 대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 장기차입금은 2분기 28조2000억원으로 전체 장기차입금 증가액의 95% 가량을 차지했다.

단기차입금도 1분기 1조7000억원에서 2분기 7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 주택매매거래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26만8176건으로 지난해 2분기(34만건)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2014년(24만5000건)에 비해서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간 주택거래도 포함된 수치로 한은 관계자는 자금순환표에는 가계간의 주택 거래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가계의 금융기관 예치금은 2분기 19조1000억원으로 전분기(23조5000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특히, 예금취급기관 저축성예금은 1분기 13조5000억원에서 2분기 11조2000억원으로 줄었다. 대신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은 20조원으로 1분기(18조7000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은 자금조달과 자금운용 규모가 전분기에 비해 모두 확대됐다. 이에 자금잉여 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1분기(3조5000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문 팀장은 "공기업이 다운사이징(기업의 업무나 조직 규모를 축소하는 일)하면서 경영개선에 의해 자금부족 규모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일반정부는 세수 증가로 인해 자금잉여 규모가 전분기(5조3000억원)에 비해 확대된 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