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술
수술
줄기
가시
푸른 잎
붉은 꽃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머리
꼬리
그을린 살점
늘어진 혀
허공을 긁던 발톱
누런 송곳니를 드러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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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매대(賣臺) 위에 쌓여 있다

[오후 한詩]모란/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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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명한 시다. 간명하고 잘 짜인 시다. 그리고 끔찍한 시다. 그런데 그 끔찍함의 기원은 우리 안에 있다. 그래서 다만 참담할 따름이다. 구육에 대한 이런저런 이해의 차이가 여전하다. 그렇지만 동물을 학대해 가면서까지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난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개뿐인가. 당장 소, 닭, 돼지가 그렇고, 상어도 고래도 거위도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근래 생물중심주의(biocentrism)에 따르자면, 사람이 육체적으로 사망한 뒤라 하더라도 두뇌에 남아 있는 이십 와트 정도의 에너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저 개가 마지막으로 품었을 원한과 분노 또한 그 살과 뼈에 스며 새겨져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인간의 탐욕으로 죽어 간 그 수많은 동물들의 증오가 우주를 떠돌다 돌아오는 봄에 모란이나 장미, 칸나로 맺히지 않을까.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모란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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