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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벗은 갤노트7…'루머의 경제학'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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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발화 원인 갤럭스노트7 무관"…'고객 신뢰' 이미지 되찾는 계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경제는 심리다.” 경제는 과학적인 인과관계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영역이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돌발 악재에 흔들릴 수 있다. 부정적인 인식이 급속히 확산하면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미국 심리학자인 고든 앨포트와 레오 포스트맨이 만든 공식인 ‘루머의 경제학’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루머(Rumour) 강도는 정보의 중요성(importance)과 불확실성(ambiguity)의 곱에 비례한다. R(루머)=I(정보 중요성)*A(불확실성)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루머의 강도를 줄이려면 정보의 중요성을 감소시키거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돌발 악재가 터졌을 때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루머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도가 강해진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 충분한 정보 제공을 통한 불확실성 해소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태를 키웠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반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 배터리 폭발 논란 대응은 악재 대처의 모범사례로 꼽힐만하다. 일부 배터리에서 문제가 생긴 뒤 국내외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갤럭시노트7 / 사진=아시아경제 DB

갤럭시노트7 /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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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2일 세계적으로 250만대에 이르는 갤럭시노트7 제품을 배터리 불량 문제와 무관하게 신제품으로 교환하는 결정을 발표했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은 동요하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외국 소비자, 특히 주요 시장인 미국은 상황이 또 달랐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발생한 지프 차량 전소 사고가 일어나면서 논란의 불씨는 다시 살아났다. 당시 차량 내부에 있었던 갤럭시노트7이 발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사건은 삼성전자의 ‘전량 교환’ 발표 이후 수습 국면에 들어섰던 상황을 다시 바꿔 놓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8일 기내에서 갤럭시노트7의 전원을 끄고 충전하거나 사용하지 말라고 발표했다.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도 9일 갤럭시 노트7의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단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미국 측의 이러한 대응을 놓고 섣부른 결정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배터리 불량이 차량을 전소시킬 발화로 이어지는지 의문이 제기됐고, 화재의 원인이 갤럭시노트 7 배터리 문제 때문인지에 대해서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의 공식 대응을 몰고 왔던 지프 차량 전소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다시 바뀌고 있다. 미국 세인트피터즈버그 소방당국은 19일 화재 원인 조사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차량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화재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화재의 파괴적인 성격과 발화의 다른 여러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미확인' 분류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갤럭시노트7을 발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기존 관측을 뒤집은 셈이다.

중국에서 벌어졌던 갤럭시노트 7 발화 의혹도 ‘자작극’에 무게가 실렸다. 삼성전자 중국사이트는 “삼성전자연구소와 품질검사부문이 해당 제품을 상세하게 분석한 결과 외부가열 탓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을 둘러싼 의혹은 과장되거나 왜곡된 방향으로 흘렀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문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객 신뢰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루머는 기업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응 결과에 따라 영향력은 달라진다”면서 “삼성전자가 의혹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고 선제적인 대응을 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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