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떠 있는 한진화물 15조원 어치…삼성전자도 차질 中企피해 1억弗돌파
-美법원 9일까지 자구안내라…제출못하면 물류대란 더 커져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조유진 기자]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추진됐던 자금조달 계획이 잇달아 거부되거나 제동이 걸렸다. 정상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에는 8000여곳의 화주의 40만개의 컨테이너, 약 140억달러(약 15조원)의 화물이 실려 있다. 이미 220여개 기업의 1억달러 어치 화물이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법원이 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내 채권자 보호자금 조달 계획을 요구한 상황에서 긴급자금수혈마저 중단되고 있어 최악의 물류대란은 물론 한진해운의 회생불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는 대한항공의 재무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600억원 지원 규모가 큰데다 대한항공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부와 채권단은 회생절차를 관리중인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받은 한진해운에 대한 대출제공요청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1000억원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행 시기가 불투명한 데다 한진해운을 정상화하는 데는 부족하다며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이다.
그 사이 물류대란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재 비정상 운항 중인 한진해운 선박에는 약 140억달러(약 15조원)의 화물이 적재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항구 앞에서 떠돌고 있는 2척의 한진해운 선박에 2450만달러 상당의 디스플레이 제품과 1350만달러 상당의 가전제품이 각각 실려있다.
항만물류업자와 노동자들이 한진해운의 지급능력에 의문을 갖고 있는데다 대금결제 지연과 불능 가능성을 우려해 하역작업을 꺼리고 있어서다. 하역작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와 삼성전자 멕시코공장의 가동에 피해를 주게 된다. 이들 화물을 대체 수송하는 데에만 최소 항공편 16회에 880만달러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HP도 142개 컨테이너의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협회의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 피해접수 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총 219개 기업에서 220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신고 화물금액으로는 1억달러가 넘었다. 선박억류가 74건이며 해외입항거부(85건), 해외반입거부(10건), 해외출항거부(4건) 등으로 나타났다. 김 등 식품분야 6개 기업의 제품은 유효기간이 짧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케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폭죽(fireworks) 260 TEU 관리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해운업계는 정부와 채권단, 한진그룹의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수출ㆍ물류대란이 장기화되고 이달 말부터 선적이 예정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이후 대규모 세일시즌)를 시작으로 한 연말연시 특수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71개 컨테이너 노선 가운데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28%에 이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1000억원을 얼마나 빨리 투입하느냐도 관건이지만 미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번 사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정부 당국과 채권단이 한진해운 지원에 대해 원칙만 내세우다보면 물류 사태는 최악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