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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 섹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원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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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성 심리'의 차이…욕망과 내숭 사이, 번져가는 '익명의 성애'


서로의 목적에만 충실한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 짧은 만남에 부작용은 없을까? '캐주얼 섹스'는 가볍고 스릴 넘치는 쾌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위험한 만남이 될 수도 있다.

서로의 목적에만 충실한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 짧은 만남에 부작용은 없을까? '캐주얼 섹스'는 가볍고 스릴 넘치는 쾌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위험한 만남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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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탄생과 몸의 고통과 믿음이
굽이침, 이름 없는, 한 순간의 스침이
꿈속에서 뒤척이는, 지상을 넘어선 것이
침대와 눈물을 흔들었네 -
푹 잠들게!

- 고트프리트 벤의 시 '누구도 슬퍼할 수 없나니' 중에서

책임이나 의무를 수반하지 않은 문자 그대로 가벼운 관계인 ‘캐주얼 섹스’의 부작용은 없는 것일까? 처음 만난 상대와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유희가 아닌 상처로 남는다면? 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을 때 냉담한 상대 앞에 좌절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은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게 무서웠다면 누구도, 아무도 못 만났겠죠.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누군가를 만나기 싫어서 가벼운 만남을 선호하는 것, 아닌가요?”

만일 C군이 찍은 사진이 속옷이 아니라 상대방이었다면 그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을만큼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그는 이 '취미'를 즐긴다고 답했다.

만일 C군이 찍은 사진이 속옷이 아니라 상대방이었다면 그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을만큼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그는 이 '취미'를 즐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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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손해고 이익이냐는 소모적 논쟁

자신과 관계한 여성의 속옷을 찍은 사진과 상대방에 대한 평을 남기는 C군은 하나의 수집적 취미라고 잘라 말했다. “올린 글이 얼마 안 가 삭제될 것도 알죠. 익명이긴 하지만 남들한테 자랑하는 거예요. 썰일 수도 있고, 진짜일 수도 있지만 남자끼린 아는 거죠. 뭐 누군 돈을 엄청 많이 쓰는데 나는 그럴 능력은 안 되지만 나름의 컬렉션이다 하는 성격으로.” 왜 하필 속옷이냐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 “사진을 찍을 수도 있죠, 직접적으로. 소라X 같은 사이트 보면 몰카나 직캠도 많고요. 근데 저는 상대의 얼굴이나 체형보다는 사진을 보고 그 순간을 떠올려보고, 그 감각 자체를 상상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듯 취미라고 생각하는 거죠.”라고 털어놨다.
그가 언급한 몰카 또는 직캠의 경우 유포 여부를 떠나 촬영 사실만으로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남성과 만남을 즐기는 D양은 평범한 일상의 탈출구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밝혔다. “처음엔 영어 실력을 테스트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되게 의식하면서 만났는데, 요즘엔 이런 관계의 특성을 설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어서 편하게 만나는 거 같아요. 왠지 한국 남자는 한 번 우연히 스쳤다고 해도, 나중에 언제 어디서 다시 마주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좀 있고요.” 일각에서 제기된 ‘외국 남성은 한국 여자를 쉽게 생각한다’는 편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다. 그녀는 “섹스에 대한 관념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보이는 남자도 많죠. 하지만 서로 목적이 맞아서 만나는 관계에 쉽고 어렵고를 따지는 건 역편견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외국인 남자친구와 같이 다니면서 우쭐해 하는 여성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건 한국 여자가 쉽다는 전제의 대상이 되기 전에 그 여성 개인의 자존감 문제인 거 같아요.”


누구는 자랑하고, 누구는 숨기고

‘캐주얼 섹스’를 놓고 남성은 더 많은 여성을 만났는가, 만남에서 어떻게 만족스러운 관계를 리드했는가를 중점으로 후기를 작성하고 이를 자랑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창원 초등학교 교사의 ‘예비신부 몰카 유출논란’ 또한 이런 맥락에서 남성의 행동심리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반면, 여성은 상대가 자신에게 얼마나 집중하고, 거기에서 스스로 얼마만큼 만족했는가를 중요시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캐주얼 섹스가 자랑이 될 순 없고, 남과 경험을 공유하기보단 개인의 만족감에 치중하는 양상을 띠고 있었는데, 이는 혹여 캐주얼 섹스를 통해 만난 남녀가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을 경우 (ex. 함께 얼굴이 드러난 사진 또는 영상이 외부에 유출 등) 피해를 여성이 더 크게 볼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성적 전략 이론'에서 세계 전 지역 문화권에서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원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그 수치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 이경희 디자이너

'성적 전략 이론'에서 세계 전 지역 문화권에서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원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그 수치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 이경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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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덜 헌신적으로!

인간의 결합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한 ‘성적 전략 이론’에서 데이비드 슈미츠 박사는 방대한 비교문화 연구를 통해 세계 전 지역 문화권에서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원하는 비율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그 숫자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성적 욕구가 보다 개방적 섹스를 지향하는 속성은 원나잇으로 대변되는 다양한 현실사례를 뛰어넘어 학술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는데, 텍사스 오스틴 대학 심리학과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자신의 책 <진화 심리학>에서 “남성은 단기적 짝짓기에서 기준을 낮춰 상대를 늘리려는 ‘캐주얼 섹스’에 대한 의향을 강하게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이때 남성은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구사하고, 섹스 후의 헌신을 최소화하는데 몰두한다는 연구결과 또한 덧붙인다.

결국 ‘섹스’라는 수단은 남녀에게 동일조건이지만, 캐주얼 섹스에 한정한 경우 남성은 이 관계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낮춰 쾌락과 만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여성은 소모품으로 취급된 느낌이나 우울증, 후회감정을 드러내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성 심리에 기본적 차이가 존재함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벼운 성관계에 대한 이런 관습적 시선이 두렵지는 않았을까? A양은 질문에 피식 웃었다. “누구한테 광고할 것도 아니고, 보다 깊은 관계를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만남이 성립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몰카를 찍거나 하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는데, 서로의 기억에만 남으면 될 일을 남기고 퍼트리는 건 졸렬한 일이고...” 같은 질문에 B군은 “MT를 나설 때 시간차를 두죠. 정말 마음에 들었던 상대는 카톡 ID를 받아서 몇 번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오히려 더 어색하고 부끄러웠어요. 가볍기 때문에 공허하고, 두 사람만 아는 관계기 때문에 갖는 편리함과 부담감이 늘 공존하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사진 = 영화 '모두 하고 있습니까' 스틸 컷

사진 = 영화 '모두 하고 있습니까'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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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을 못해!

기타노 타케시의 섹스 우화 ‘모두 하고 있습니까’의 아사오는 한 번의 카섹스를 위해 일생을 내던지는 패기(?)를 보이지만, 끝내 한 번의 제대로 된 섹스를 못 해보고 죽음을 맞는다. 캐주얼 섹스와 자본주의의 충돌지점에서 가진 것 없는 인물이 맞이하는 냉정한 말로는 한편으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묻어난다. 안정적 관계가 인간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그 실천이 쉽지 않은 것은 왜일까? ‘캐주얼 섹스’가 두루 이뤄지고 있음에도 정확한 의미도 모르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담론의 형성은 가능한 것일까?

여기에 팟캐스트 ‘야광성 교육쑈’를 진행하는 칼럼니스트 이대제씨는 국내에서 ‘캐주얼 섹스’에 대한 담론 형성이 어려운 지점을 세 가지로 압축, 지적한다. 그는 “먼저 현재 활동 중인 여성 섹스 칼럼니스트의 역할적 한계가 있고, 둘째로는 자신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서술하는 남성 섹스 칼럼니스트의 경우에도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신분을 노출하고 활동하는 이가 없으며, 셋째로는 이 같은 담론이 형성된다 해도 자체 검열하는 언론과 포털 사이트의 입장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한 담론 형성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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