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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털보 페미니스트의 '여자답다' 깨부수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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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다운 게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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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화 인턴기자]'여자답다', '남자답다'는 말이 성차별적 발언이 된 시대가 왔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이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올림픽이 단적인 예다. 2016 리우올림픽은 유독 성차별 중계와 보도가 논란이 됐다. 보다 못한 시청자들이 온라인에 '2016 리우 올림픽 중계 성차별 발언 아카이빙'을 만들 정도였다.

김아무개 아나운서는 지난달 6일 여자 유도 경기 도중 세계 랭킹 1위인 몽골 선수 우란체제크 문크바트를 두고 "야들야들한데 상당히 경기를 억세게 치르는 선수"라고 표현했다. 8일 여자 배영 100m 예선 경기에서 노아무개 해설위원은 네팔 수영 선수 가우리카 싱에게 "박수 받을 만하죠. 얼굴도 예쁘게 생겨가지고"라는 말을 해 누리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CBC, BBC 등 각국 공영방송뿐 아니라 미국 유력 언론 시카고 트리뷴과 AP통신 등 외국 언론들도 성차별 보도를 쏟아냈고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이런 현실에 도전하고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다소 엉뚱하지만 도발적인 실험을 감행한 사람이 있다. '여자다운 게 어딨어'를 쓴 페미니스트 에머 오툴이다. 그는 남장하기, 삭발하기, 겨드랑이 털 기르기, 여자랑 섹스하기, 일상 언어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분 없애기 등 '여자답다'는 말을 해체하기 위해 열두 가지 실험을 몸소 실천한다.

오툴은 영국 지상파 채널인 ITV의 "디스 모닝"(This Morning)에 출연해 18개월 동안 제모하지 않은 겨드랑이를 번쩍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로 유명세를 얻었다. 털보로 이름을 떨친 뒤 오툴은 일련의 시도들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다. 사회적 기대에 맞게 꾸며지지 않은 여성의 신체는 용인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부 남성들에게 폭력적인 반발심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실험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매일 노골적인 시선을 받고 조롱거리가 되는 것과 시선도 조롱도 받지 않는 것 중에서 당신은 무엇을 택하겠는가"라고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유년시절 경험을 예로 들어 여성성과 남성성이 학습되는 사회적 구조를 지적한다. 그는 태어난 그대로 사는 것이 이토록 어렵고 수치스러운 이유를 부르디외의 '아비투스(habitus)' 개념을 빌려 설명한다. '아비투스'는 우리가 사는 세계의 규범을 의미하며 사람들의 규범적 행동을 정의한다. 한번 만들어지면 변화시키기도 매우 어렵다.
에머 오툴도 처음부터 열렬한 페미니스트는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과 같은 사회적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출할 때 화장을 빼먹지 않고, 다리털도 매끈하게 밀었다. 헤어스타일에 비싼 돈을 들이고 날씬해야한다는 강박으로 거식증에 시달리던 여자였다. 열아홉 살이 되어서야 긴 생머리에서 삭발한 민머리로 여성과 남성을 오가는 양성성 실험을 시작한다.

그는 "남자나 여자라는 것에 객관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원하는 정체성과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여성에 대한 편견의 기록인 동시에 사회적 제약에 길든 저자 스스로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성장이야기다.


<에머 오툴 지음/박다솜 옮김/창비/1만6000원>



이윤화 인턴기자 y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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