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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눈빛, 혼란스러운 표정…송강호의 묵직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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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서 조선인 경찰 이정출 역 맡아

영화 '밀정'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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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화 인턴기자]영화 '밀정'에서 긴 러닝타임(140분)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송강호(49)다. 할리우드 첩보영화에 비해 극적 반전과 화려한 액션은 부족하지만 송강호가 표현해 내는 인물은 입체감이 있다. 밀정의 배경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다.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밀정'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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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조선인 경찰 이정출 역을 맡았다. 생존이라는 현실과 애국이라는 대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정출은 실존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1920년대 활동한 조선인 경찰 황옥이다. 황옥은 1920년 3월 경기도 경찰부 직속 도경부로 특채되어 1923년 3월 '황옥경부폭탄사건'에 연루돼 체포될 때까지 고등경찰과 경부로 근무했다. '황옥경부폭탄사건'은 황옥이 1923년 상해에서 국내로 폭탄을 반입해 국내 거사를 계획하던 의열단을 돕다가 체포된 실제 이야기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황옥이 일제의 밀정인지 위장 친일한 독립 운동가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송강호의 연기를 자유롭게 했다.
그는 "실제 인물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면 제한된 연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영화가 황옥의 일대기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역사적인 판단이 보류된 부분은 배우로서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이정출을 통해 암울하고 고통스러웠을 상처의 시대를 표현한다. "혼돈의 시대에 정체성이 흔들린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독립투사와 밀정은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동시에 산 사람들이다. 이정출을 통해 그런 인물들의 고통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송강호는 "이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태도가 신선했다. 적 아니면 동지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아니다. 이 영화만이 가진 특색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은 이미 많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나리오였다면 김지운 감독도 굳이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밀정'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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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출은 점점 알 수 없게 변해간다. 그의 고뇌와 갈등은 첫 시퀀스부터 나온다. 일본 경부의 옷을 입고 있지만 옛 친구인 김장옥에게 '목숨은 살리자'며 회유하고 사격도 막는다. 경무국 국장 히가시의 지시로 의열단에 접근해 비밀을 캐는 임무를 맡으면서 이정출의 내적갈등은 더욱 커진다. 송강호는 "정채산을 만나고 연계순을 고문하고 시신을 목도하는 등 긴 과정 속에서 점점 변해가는 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이 배우로서 난코스였다"고 했다.
송강호의 흔들리는 눈빛과 혼란스러운 표정은 1923년을 사는 '인간' 이정출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여기에 재치와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정채산과 처음 만나 대작하는 장면은 더 유머러스하게 찍었는데 김지운 감독이 편집에서 절제했다. 캐릭터들의 무게감이 훼손되면 안되니까. 이정출의 멍한 표정에서 관객의 웃음이 터진다. 제 연기에 익숙한 관객들은 반가운 느낌이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배우 송강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배우 송강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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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시대가 만들어 낸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을 깊이 있게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배우다. '변호인'(2013년), '사도'(2015년)에 이어 '밀정'까지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에 연이어 출연했다. 다음 작품인 '택시운전사'도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배경이다. 송강호는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엔 KBS '역사저널 그날'과 인터뷰했는데 즐겨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러나 개인적인 취향이지 작품 선택의 기준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지운(52) 감독은 25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송강호에 대해 "정상에 있으면서도 늘 자신의 한계를 깨나가는 배우"라고 했다. 송강호는 칭찬을 받으면 쑥스러워한다. 그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씀은 주변에서 해주시는 격려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능력보다는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신뢰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송강호는 앞으로도 배우로서 살아갈 생각이다. 그는 "연출, 시나리오에 참여하며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는 배우들이 있는 반면 한 가지에 몰두하기도 한다. 저는 배우에 몰두하고 싶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배우일만 하기도 벅차다"며 웃었다.




이윤화 인턴기자 y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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