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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미스터리]기업만 싸게 쓴다? "고압·송배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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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폭탄' 주범 누진제…단위당 전기료 최대 11.7배
누진제 적용 안 된 기업도 부담은 마찬가지…10년 새 전기료 84% 인상
유가하락에도 전기료 올린 한전만 이득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가정용 전기료에만 적용되는 누진제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누진제 폐지 움직임이 확대되며 정부는 다음달까지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재계는 유탄을 맞았다. 누진제가 없는데다 기본료도 낮아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재계는 "저렴하다는 인식은 오해"라고 해명한다. 누진제와 전기료를 둘러싼 의문을 Q&A로 풀어봤다.
[누진제 미스터리]기업만 싸게 쓴다? "고압·송배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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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누진제는 언제 만들어졌나
A. 우리나라가 누진제를 도입한 것은 1973년 석유파동 즈음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는 명목이었다. 저소득층을 보호하자는 목적도 있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대신 적게 쓰는 가구에게는 원가 이하로 요금을 받아 혜택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혜택을 받는 이들은 에어컨 등을 구비하지 못한 저소득층이 대부분일 것이라 판단했다. 일반 가정보다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리로 누진제 대상에서 빠졌다.

현재 6단계인 누진제는 2006년 도입됐다. 1973년 도입 당시에는 3단계였다가 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79년 12단계까지 늘기도 했다. 이후 1995년 7단계로 완화됐고 2006년 6단계로 줄어든 후 10년 동안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Q. 여름철마다 '전기료 폭탄'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A. 누진제 영향이 크다. 누진제는 쉽게 말해 많이 쓸수록 전기요금을 많이 내는 구조다. 100㎾h 단위마다 6단계로 단위당 가격이 오른다. 1단계(100㎾h 이하)에서는 ㎾h당 60.7원이지만 사용량이 2단계(101~200㎾h)로 오르면 125.9원으로 2배 오른다. 100㎾h를 더 쓸 때마다 계속 요금이 올라 마지막 6단계(500㎾h 초과)에서는 ㎾h당 709.5원을 내야 한다. 1단계와 6단계의 요금 차이가 무려 11.7배에 이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4인 가구의 평균 전기사용량은 봄, 가을에만 월 평균 343㎾h에 이른다. 부가가치세와 전력사업기반 기금을 제외해 5만3000원 가량의 전기료를 납부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에어컨, 선풍기 등 전기용품을 많이 사용해 이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할 수밖에 없다. 이를 평균 요금 5만3000원에 대입하면, 추가로 100㎾h를 더 쓸 경우 7만7000원, 다시 100㎾h를 추가로 쓸 경우 14만원으로 전기료가 급등한다. 또한 1.85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 30분만 돌릴 경우 에어컨 사용만으로 한 달에 14만5000원을 내야 한다. "에어컨을 얼마 틀지도 않았는데 전기료 폭탄을 맞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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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업은 누진제 적용이 안돼 혜택을 보고 있다는데
A. 사용량 대비 상대적으로 전기료를 덜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h당 요금은 상가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이 105.7원, 공장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이 81원으로, 주택용 1단계(60.7원) 보단 비싸다. 하지만 주택용 전기가 2단계(125.9원)만 넘어서도 ㎾h당 가격은 역전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 판매비중은 13.6%인데 반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8조1161억원)로 판매량 대비 매출 비중이 높다. 반면 산업용은 판매 비중이 56.6%이지만 매출비중은 54.4%다. 가정용이 산업용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Q. 그럼 산업용 전기료가 주택용에 비해 저렴한 것은 결국 누진제 때문인가
A. 누진제 때문만이라고 보긴 어렵다. 기본적으로 산업용 전기는 주택용 보다 원가가 저렴하다. 이는 산업용 전기가 고압인데다 송배전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한전은 발전소에서 고압전기(765kV)를 생산해 변전소에 이를 345kV, 154kV 등 전압을 낮춰 공급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고압 전기를 송전선로에서 바로 끌어다 쓴다. 한전의 송전선로와 공장을 이어주는 송전탑도 기업이 부담해 직접 세운다. 보상비, 유지비 등도 기업이 모두 부담한다. 한전이 따로 투자하는 비용이 없다 보니, 원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기업도 주택용 전기 만큼 전기료 부담을 느낀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15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은 평균 49.5% 인상됐다. 이중 주택용은 15.3%, 일반용은 23%, 교육용은 25.6% 인상됐지만 산업용은 84.2%나 인상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철강, 반도체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의 원가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에 못 미쳤던 제조원가 대비 전기요금 비중은 4년 사이 1% 중반까지 올랐다. 이중 철강업종은 2%에서 4%로, 반도체산업은 1% 초반에서 2% 중반까지 부담이 가중됐다. 태양광 원료로 쓰이는 폴리실리콘은 20%, 시멘트산업은 18.9%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Q. 전기료 인상으로 누가 혜택을 보나
A. 전기를 파는 한전은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유가하락에도 지속적으로 요금을 인상한 결과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11조원을 웃돌았다. 전년 대비 96% 가량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19.2%에 달했다. 전력판매량도 꾸준히 늘어 2006년 34만8719GWh에서 지난해 48만3655GWh로 확대됐다. 원가회수율도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원가회수율은 90%를 넘어서면 한전이 흑자를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4년 기준 원가회수율은 98%로 지난해 100%를 상회했다. 정책적으로 낮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농사용, 교육용, 가로등용을 포함하고도 원가회수율이 100%에 육박했다는 것은 산업용과 일반용 원가회수율은 이미 100%를 초과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109이었다. 100원만 받으면 되는데 9원을 더 받아갔다는 얘기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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