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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2016 진화하는 학교폭력, 우리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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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현 구례경찰서 경무과 경사"

최명현 구례경찰서 경무과 경사

최명현 구례경찰서 경무과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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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하나의 독립된 또 다른 세계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계에선 보호의 대상일지 모르나, 학교라는 세계에선 맨 몸으로 맞서야 하는 현실의 주체이다. 어른들의 관심사는 공부를 잘하여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는 ‘좀 놀았거나, 공부에 관심이 없거나, 아련한 꿈은 있었으나 지금은 희망이 없거나’하는 이런 아이들의 학교 안에는 야생 날 것 그대로의 자연과 다를게 없는 그야말로 생존투쟁의 절체절명의 매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신학기를 보내고 나면 은밀히 힘의 서열이 정해지고 각자가 ‘제 분수에 맞는 순위’에 따라 친구와 선후배를 대하는 그들만의 질서가 생긴다. ‘싸움 짱’과 친해지는 법을 배우고 ‘왕따’로 찍히지 않기 위해 복종과 굴종을 체득하고 불의에 눈감는 법을 배운다.

2016년 학교폭력은 진화를 거듭하여 사이버 속으로 몸을 숨겼다. 사이버 안에서 자행되는 학교폭력은 현대적 수준에 있어 가장 진화한 형태의 폭력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싸움 짱’으로 등극한 권력서열 1인자가 ‘집합’하는 방식을 보자. 예전에 ‘집합’을 위한 연락체계는 힘센 주먹 아래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누군가가 직접 대면하여 의사를 전달했다. 그런데, 휴대폰 즉, 사이버 상에서 이뤄지는 ‘집합’은 가히 상상 그 이상이다.

‘싸움 짱’에게 초대의 형식으로 ‘집합’당한 후배들은 명령과 지시를 받는다. 선배들에게 깍듯하게 인사하지 못한 후배가 있다면 여기에서 일명 카따(가해학생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카카오스토리에 피해학생의 사진을 올려 욕이나 비방을 하고 이를 서로 공유하는 행위)를 당한다.

‘집합’을 당하는 시간과 장소는 카톡 메시지로 전달되고, 메시지를 전달 받은 아이들은 하루 종일 공부가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다. 대부분 방과후에 이뤄지는 ‘집합’의 정체는 다음날 아침 등굣길에 절뚝거리며 오는 학생과 무서워 등교를 하지 않는 학생으로 나뉜다. 아이들이 ‘집합’이라는 단어에 치를 떨고 무서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듯 ‘싸움 짱’은 선생님 그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졸업과 함께 ‘짱’의 대열에서 사라진다. 제도권 안에서만 존재가치를 증명 받았던 ‘싸움 짱’도 졸업을 해야 한다. 무사히 졸업한 ‘싸움 짱’과 학교폭력에 대한 응분의 심판을 받고 한때의 추억(?)을 들려 줄 친구도 없이 졸업을 하지 못한 ‘싸움 짱’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사회라는 곳은 완력으로 해결할 일이 그리 많지 않고, 주먹보다는 머리를 쓰는 자가 모여 사는 곳이다. 학교 안에서 악명을 떨쳤던 ‘싸움 짱’이 갈 곳은 없다. 졸업과 함께 그냥 흔적 없이 사라질 뿐이다.

상처 입은 자와 사회 부적응자로 신분을 바꾸는 학교폭력 당사자는 반복 재생 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화를 시키자고 제도권 안에 편입시켰던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아니라 희망이 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은 유행하는 인플루엔자처럼 망각하는 아픔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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