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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제우스를 감시한 헤라

최종수정 2020.02.12 09:39 기사입력 2016.07.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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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1600년대 초반 네덜란드의 몇몇 안경 제조자들은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스파이글라스'라는 기기에 대한 특허를 요청했다. 그들의 요청은 그런 기기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1609년 어느 날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스파이글라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금방 더 개선된 기기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스파이글라스를 베니스의 총독과 귀족들에게 소개하며 이것으로 바다에서 배를 맨눈으로 보기 훨씬 전에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이것이 베니스의 해군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명백했다. 스파이글라스를 베네치아 공화국에 기부한 후로 갈릴레오의 월급은 3배가 되었고 영구적인 지위가 보장되었다.
 스파이글라스를 더 개선한 갈릴레오는 그것을 그 이전에 누구도 사용하지 않던 곳에 이용해 보기로 했다. 스파이글라스로 하늘을 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1609년 11월 갈릴레오는 자신의 스파이글라스를 처음으로 초승달에게로 향했다. 밝은 부분에서 그는 달의 거친 표면을 볼 수 있었다. 달은 부드럽고 매끈한 완벽한 천상의 물체가 아니었다.
[사이언스포럼]제우스를 감시한 헤라

 1610년 1월 갈릴레오는 더 중요한 발견을 했다. 목성의 주위를 돌고 있는 네 개의 위성을 발견한 것이다. 모든 천체가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갈릴레오는 자신이 발견한 목성의 네 개의 위성을 자신의 후견인인 코시모 메디치 2세에게 바치고 목성의 네 위성을 '메디치의 별들'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이 네 위성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사랑한 사람들의 이름을 따서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로 불린다.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이 이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면 갈릴레오는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이름은 이 위성들을 누가 처음 발견했느냐를 두고 갈릴레오와 다투었던 시몬 마이어라는 독일의 천문학자가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시몬 마이어도 기분이 나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네 위성을 함께 부르는 이름은 '갈릴레오 위성'이다.
 제우스가 사랑한 사람이 넷이나 되었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 위성이 네 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이 발견되었더라도 이름을 붙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제우스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고,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이런 제우스의 행동 때문에 언제나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우스는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감추기 위해서 자신을 구름으로 둘러쌌지만 사실은 소용이 없는 짓이었다. 헤라는 제우스가 만든 구름을 뚫고 제우스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4일 목성에 도착한 나사의 탐사선에 헤라의 로마 신화에서의 이름인 '주노'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 이야기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주노의 목적은 목성의 깊은 구름을 뚫고 목성의 숨은 모습을 알아내는 것이다. 주노는 목성의 내부에 단단한 핵이 있는지 조사하고, 목성의 강한 자기장의 지도를 그리고, 목성의 대기에 있는 물과 암모니아의 양을 측정하고, 목성의 오로라를 관측할 것이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성간 기체와 먼지가 뭉쳐서 태양이 만들어질 때 함께 만들어졌다. 목성은 지구와 달리 태양처럼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벼운 기체로 이루어져 있지만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질량도 지구보다 훨씬 더 크다. 우리는 목성과 같은 기체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중심의 핵이 먼저 만들어진 다음에 기체들을 끌어 모아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태양과는 별도로 성간 기체와 먼지가 뭉쳐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다면 태양계의 형성 과정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노는 앞으로 20개월 동안 목성 주위를 37바퀴 돌면서 목성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이다. 그동안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 때문에 만들어진 방사성 입자들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이 방사성 입자들은 목성의 극지방에 태양계에서 가장 강렬한 오로라를 만든다. 방사성 입자와 오로라에 대한 연구도 주노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임무를 마친 주노는 2018년 목성의 대기로 뛰어들어 마찰에 의한 열로 완전히 타서 없어지게 될 것이다. 지구에서 묻어간 미생물이 혹시라도 목성의 위성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구름을 뚫고 제우스를 감시하러 간 헤라가 아예 그 구름의 일부가 되어버릴 것이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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