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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두얼굴]울고 웃는 유통가…편의점·쇼핑몰 매출 급증 vs 수산ㆍ재래시장 썰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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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손님 매출 두자릿수 급증
백화점 대형마트, 여름매출 불티
땡볕에 축처진 채소들, 상인들 시름
폭염에 닭 돼지 폐사, 농가도 초비상

[폭염의 두얼굴]울고 웃는 유통가…편의점·쇼핑몰 매출 급증 vs 수산ㆍ재래시장 썰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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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이주현 기자]폭염이 내수경기를 움직이고 있다. 84년 만에 찾아온 5월 불볕더위를 시작으로 한반도에 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과 바캉스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더위를 참지 못해 뒤늦게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제품을 사려는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편의점에서는 음료와 아이스크림 등 냉(冷)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열대야를 피해 한강 둔치 및 커피숍을 찾는 시민이 늘면서 심야시간대 매출도 급증했다.

반면 냉방시설이 없어 푹푹찌는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축산농가도 닭ㆍ돼지 등 가축이 잇따라 폐사하면서 피해가 늘고 있다. 냉방기기 사용으로 전기요금 폭탄 부담까지 커지면서 서민 가계도 시름하고 있다.
◆편의점·워터파크, 더위로 대목장사=폭염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곳은 편의점이다. 아이스크림과 얼음, 탄산음료 등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대형마트와 오픈마켓에서도 여름용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더위에 견디지 못해 뒤늦게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가전매장은 40% 이상 매출이 급증했고 더위를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복합쇼핑몰로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25일 편의점 씨유(CU)가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주(18~24일) 여름 상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얼음ㆍ맥주ㆍ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품은 아이스 드링크과 얼음이다. 이 기간 아이스드링크 제품과 얼음 판매는 각각 66.9%, 73.4% 늘었다. 아이스드링크는 컵얼음에 파우치 음료를 따라 마시는 음료다. 아이스드링크의 성장세 덕분에 컵얼음과 미니봉지얼음의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맥주(24.0%), 생수(44.2%), 아이스크림(29.2%), 탄산음료(19.2%) 등도 판매가 크게 늘었다. 특히 열대야를 피해 한강변에 사람들이 몰리며 인근 편의점 매출도 껑충 뛰었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심야시간대 편의점 매출이 전주 대비 두자릿수 이상 늘었다. A편의점 점원은 "확실히 지난주보다 야간 매출이 크게 늘었다"면서 "맥주, 안주거리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도 많이 나간다"고 전했다.
냉방시설이 갖춰진 복합 쇼핑몰도 특수를 맞았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여의도 IFC몰, 잠실 롯데월드 등에는 몰려든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타임스퀘어를 야식을 먹으러 왔다는 최모씨는 "집에 있으려니 너무 더워서 나왔다"며 "야식도 먹고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캐리비안베이, 오션월드, 설악 워터피아 등 전국 30개 워터파크와 국내 특급호텔에도 피서객이 몰렸다. 삼성에버랜드의 캐리비안베이는 입장객수가 10% 늘었다. 신라호텔의 경우,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야외수영장인 어번 아일랜드 예약률이 100%로, 현재 더이상 고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 야외수영장을 둔 반얀트리 호텔, 그랜드 하얏트서울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더위에 배달로 시켜먹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옥션에서 더위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최근 한달동안(6월10일~7월10일)에서의 배달음식 판매량은 1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자, 치킨, 족발 등의 판매는 58% 늘었으며 뷔페, 레스토랑 등의 외식 상품권을 구매하는 경우도 5% 증가했다. 직장인 양모(40)씨는 "폭염 탓에 밖에 나가기도 귀찮아서 주말 내내 배달음식으로 외식을 갈음했다"면서 "더위에 밥하기도 귀찮아 햇반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량 주문했다"고 말했다.

▲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의 모습. 손님용 의자가 텅 비어 있다.

▲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의 모습. 손님용 의자가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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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끊긴 재래시장·고깃집은 죽을 맛=반대로 연일 30℃가 넘는 폭염으로 매출을 죽쑤는 곳도 있다. 냉방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재래시장과 불을 피워먹는 고깃집, 장마용품 상인들은 손님이 크게 줄면서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연일 야간 기온이 27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광장시장을 비롯한 먹거리 상인들도 일시적인 불황에 닥쳤다.

24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소재한 재래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한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지만 시장 안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래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는 "폭염이 시작된 이후 손님이 뚝 떨어져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채소 가격 마저 급등해 팔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가게 앞에는 상추, 시금치가 땡볕에 타 축 늘어져 있었다. 켜켜이 상추 박스가 쌓여 있었지만 하루 만에 판매되기는 힘들어보였다. 그는 "남은 것들은 냉장고에 넣고 있지만 더이상 공간이 부족해 들어갈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홍제동 인왕시장에서 과일을 팔고있는 한 상인은 "이렇게 더운 날에는 당일에 팔지 못하면 바로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면서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평소의 절반도 못 팔았다"고 울먹였다. 저녁 먹거리 손님이 많기로 유명한 광장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음식은 손님을 만나지 못해 한없이 식어가고만 있었고 곳곳에 내놓은 손님용 의자는 텅 비어 있었다. 광장시장 부침개를 파는 상인은 "불과 며칠전과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며 "9시 이후로는 손님이 뜸하다"고 전했다. 특히 생선회와 해산물을 파는 곳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더워지는 날씨에 손님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해산물 마저 금세 부패해 팔리는 것보다 버려지는 물량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폭염의 역풍을 맞고 있는 또 다른 곳은 고깃집이다. 충무로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주인은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폭염까지 겹쳐 매출이 3분의1토막 났다"며 "에어컨을 가동해도 고기굽는 열기에 손님들이 꺼려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여의도의 한 한우집 사장은 "한우값이 치솟아 힘든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괴롭다"며 "대부분 직장인 회식손님이 대다수인데 예약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농가도 비상에 걸렸다. 3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경기도에서 9만여 마리의 닭과 돼지가 폐사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돼지가 3개 농가 25마리, 닭이 29개 농가 9만2300마리로 닭의 피해가 컸다. 충북 보은군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씨 "올 여름 폭염에 앞서 비가 오지 않아 작황률이 평년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무더운 더위 만큼이나 마음도 타들어 가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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