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경제활성화 엇박자행정]"가전 사면 10% 환급"…협의·기준·대책 없는 3無행정

최종수정 2016.07.08 11:15 기사입력 2016.07.08 11:15

댓글쓰기

고효율 가전제품 인센티브 지원책 내놨지만
예산 부족 전망…관련 대책 못세워
환급 후 환불 등 악용사례에 대한 대응안도 '깜깜'
민원접수·환급대행 떠안은 업계는 오히려 한숨

[경제활성화 엇박자행정]"가전 사면 10% 환급"…협의·기준·대책 없는 3無행정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고효율 가전제품 인센티브 지원' 대책이 소비자와 유통업계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기대매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의 예산을 환급액으로 편성해 놓았을 뿐 아니라, 환급 후 환불 등 예외 상황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고효율 가전제품 인센티브 지원책'을 위해 약 400억원의 예산을 우선 편성했다. 지원책은 지난 1일부터 9월30일까지 TV(40인치 이하)ㆍ에어컨ㆍ일반냉장고ㆍ김치냉장고ㆍ공기청정기 등을 구매할 경우 해당 품목에 한 해 구매가격의 10%를 환급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련 예산은 잠정치로 매출 추이 등 소비자 반응을 살펴 가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현재 각 업체를 통해 관련 매출 및 판매량을 1일 단위로 확인중이다.

정부가 세금을 들여 환급을 시행, 소비를 촉진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관련 업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 부족이다. 유통업계가 추산하는 작년 가전 시장 규모는 13조원 수준이다. 가전 수요가 한여름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무시하더라도 산술적으로 환급지원 기간인 3개월 간 3조원 이상의 가전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40인치 이상 TV나 선풍기, 제습기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형 가전이 환급 대상이므로 어림잡아도 2조원 이상의 매출, 즉 2000억원 이상의 환급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예산은 아직 추산하는 단계"라면서 "가전 유통사와 협의하면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 지침이 없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정부가 밝힌 환급 방법은 소비자가 직접 관련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하거나, 유통업체가 대행하는 등 두 가지다. 대행 신청이 많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정부는 각 업체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환급 시스템이 정부 발표 한 달 뒤인 오는 29일 오픈하기 때문이다. 이전 구매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이나 업체가 가지고 있다가 시스템이 마련되면 신청해야 한다.

소비자가 제도를 악용해 환급받은 후 제품을 환불하거나 예산이 크게 부족할 경우 등 예외 상황에 대처할 방안도 현재로선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우려가 안팎에서 제기되자 산업부는 각 유통업체와 카드사 등을 통해 의견 및 관련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발표일, 시행일, 환급 신청 개시일이 모두 달라 문의가 많았는데 이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업체 소속의 일선 직원들이 모두 감당해야 한다"면서 "땜질 하는 식의 정책 탓에 내부적으로 곤혹스럽지만 크게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예정된 소비가 앞당겨 질 뿐 사실상 정부 의도와 같이 '내수 진작'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시행했을 당시에도 10월 매출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이후 11월과 1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해 연간을 기준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면서 "없던 소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고, 소비 시기를 다소 앞당기는 것에 그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