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크라우드펀딩 기업을 가다]기업자산관리 소프트웨어 개발…"금융계 미니 블룸버그 꿈꾼다"
이탈리아 1세대 스타트업 '디아만 테크'
-크라우드 플랫폼으로 2억 조달…자금조달 목표 초과달성에 마케팅 효과까지
[마르콘(이탈리아)=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관광지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약 20㎞ 떨어진 마르콘(Marcon)이라는 도시에 들어서면 많은 중소기업이 터를 잡고 있는 산업단지가 펼쳐진다. 베네치아를 기반으로 형성된 이 산업단지에 이탈리아 1세대 스타트업인 '디아만 테크(Diaman Tech)'의 본사가 있다. 이 회사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4월1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약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디아만 테크 본사에서 다니엘레 베르나르디(Daniele Bernardi) 대표를 만났다. 100㎡ 남짓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10여명의 직원들이 복잡한 숫자들이 수시로 바뀌는 모니터를 보며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WE ARE WORKING FOR A BETTER WORLD(우리는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일한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 왔다. 베르나르디 대표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지칠 때마다 되새기는 일종의 다짐이란다. 그 주위에는 '미래에는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성공하는 기업을 만든다' '좋아하는 일을 택하면 평생 일을 안 하는 것과 같다' 등 임직원들이 써놓은 글귀가 한쪽을 채우고 있었다.
◆처음으로 기업 자산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디아만 테크는 베르나르디 대표가 2002년 창업한 디아만의 자회사로 2011년 설립됐다. 디아만은 디아만 테크의 지분을 53% 보유한 최대주주다. 모회사인 디아만이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컨설팅 업무를, 자회사 디아만 테크는 기업의 자산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고 있다.
베르나르디 대표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모터사이클 회사에서 잘나가는 엔지니어였다. 금융회사로 직장을 옮긴 이후 정보기술(IT) 버블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수많은 기업이 자산관리 실패로 도산하는 상황을 지켜봤다. 이 과정에서 베르나르디 대표는 무엇보다 금융위기에 도산한 대부분의 기업이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디아만 테크의 모회사 디아만은 이렇게 탄생했다.
2002년부터 약 10년 동안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업력을 쌓은 디아만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베르나르디 대표는 2011년 IT와 컨설팅 업무를 결합한 소프트웨어 투자에 나서기로 결심하고 디아만 테크를 설립했다.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전문가와 투자유치를 위한 기술마케팅 전문가도 영입했다.
그는 "15년 이상 쌓아 온 금융컨설팅 노하우를 담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업에 공급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 관리비용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면 사업 간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컨설팅을 잘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좋은 소프트웨어가 금융컨설팅시장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라우드펀딩 목표 초과 달성= 이탈리아 1세대 스타트업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성과는 어땠을까. 디아만 테크는 우니카시드(Unicaseed)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2013년 15만7000유로(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조달 목표가 14만7000유로(1억8700만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목표를 초과한 수준이다. 조달금액의 10%를 투자한 전문투자자를 제외하고 총 73명의 개인투자자가 펀딩에 참여했다.
베르나르디 대표는 "신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규제가 많고 덜 알려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의 설명회를 가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자금조달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덤으로 마케팅 효과까지 거뒀다"고 평가했다.
디아만은 현재 주(州)은행인 베니토 은행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주요 지방은행 200개 지점을 대상으로 금융컨설팅을 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13년에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디아만 테크 역시 이에 연계해 20여개 업체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2016년 매출 2배 이상 성장= 크라우드펀딩 성공 이후 디아만 테크의 성장세는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디아만 테크의 매출액은 창업 3년째인 2013년까지도 사실상 전혀 없었지만 크라우드펀딩을 한 다음 해인 2014년 2만9523유로(3700만원), 지난해는 4배 가까이 성장한 11만3250유로(1억4400만원)로 늘었다. 올해는 26만7113유로(3억4000만원)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베르나르디 대표는 디아만 테크를 금융컨설팅시장의 '미니 블룸버그'로 만드는 게 목표다. 금융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미국의 '블룸버그'에 집중돼 있다면 디아만 테크를 실제 자금운용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토털솔루션 업체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했던 소프트웨어를 점차 개인에게도 판매할 계획이다.
베르나르디 대표는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면 수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개인에게 판매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해 금융컨설팅시장의 미니 블룸버그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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