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에 대재앙이 올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일주일 사이에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세계 금융시장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주식 시장은 물론이고, 브렉시트로 휘청거린 국제 유가도 반등하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도 강세장으로 바뀌었다. 브렉시트의 충격은 끝난 것인가.
마크 파버가 현재의 상황을 타이타닉에 비유한 것은 여러 면에서 적절해 보인다. 타이타닉호가 영국에서 출발했듯이 현재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져온 브렉시트 충격의 진앙도 영국이다. 빙산과 충돌 했을 때, 그 충격이 가져올 결과를 잘 몰랐던 것도 비슷하다.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했을 때 배에 탄 승객 중 상당수는 큰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 아메리카 대륙의 일자리를 찾아서 떠나는 이민자들이 주로 탄 배 아래쪽 3등석 승객들은 충격으로 잠에서 깨어났지만 부유층 승객이 탄 1등석에서는 그대로 잠을 잔 승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운항하던 유럽연합(EU)이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브렉시트’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EU호가 타이타닉호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지, 잠시 휘청거린 뒤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지는 알 수가 없다. 브렉시트가 거대한 빙산인지,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빙의 일부인지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이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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