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틀러, 회계사 수장되다
재경부 시절 외환방어 뚝심 보여…감사보수 합리화 최우선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제43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총 투표회원 4911명 중 3448표(71.5%)를 득표하며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최근 기업과의 관계에서 '을(乙)' 신세로 전락한 회계사들의 권위와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감사인 을 벗어나기'를 총 39개 공약의 큰 뼈대를 이루는 핵심 7개의 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최 회장은 "회계업계는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축이므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회계업계의 외연을 확대하고 업계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행정고시 22회 출신으로 약 35년동안 공직에 몸담았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세계은행 상임이사, 기획재정부 제1차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최 회장의 별명은 최틀러(최중경+히틀러)다. 2003년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재임시절 원화가 치솟자 막대한 자금을 외환시장에 쏟아부어 방어하는 등 뚝심을 보이자 당시 해외 외환 데스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1년엔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발탁됐지만 같은 해 9월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8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후 현재까지 동국대 행정학 석좌교수를 맡고있다.
사실 이력만 보면 최 회장은 회계업계와 큰 인연은 없다. 행정고시 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에서 잠시 근무한 경력이 전부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없었으면 회계사회 회장 입후보 요건에 따라 출마가 불가능했었다. 하지만 높은 득표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회계업계 내부에서는 최 회장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회계법인 한 고위 임원은 "이번 신임 회장은 당선 전부터 회계업계에서 꼭 뽑혔으면 하는 인물로 자주 거론됐었다"며 "정무ㆍ행정 능력과 그동안 정부와 쌓아온 네트워크를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법ㆍ제도 개선 등 침체된 회계업계를 잘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