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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의 갑질②]조선사 아킬레스건, 발주처의 '인도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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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측 일방적 연기·취소통보에도 협상 밖에 방법 없어
제소하면 1~2년 소요돼 조선사도 손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대우조선해양 영업담당 임원은 이달 초부터 아프리카 앙골라에 파견 나가 있다. 소난골 프로젝트를 인도하고 대금을 받기 위해서다. 발주처는 이미 한차례 인도를 미뤘다. 2013년 계약 당시만 해도 지난해 12월 드릴십 2기를 모두 가지고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계약 날짜가 다가오자 6개월 후인 이달 말로 연기하자고 했다.
'을(乙)'인 대우조선해양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발주처의 말 바꾸기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 앙골라에 파견된 임원은 2기 중 1기라도 제때 인도하기 위해 발주처와 협상 중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처가 인도 연기를 원하면 최대한 우리가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협상을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제소하는 방법이 있지만 1~2년 걸리는 바람에 조선사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인도 유예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다. 방위사업청 납품비리 때문에 해군이 통영함 인도를 늦췄는데도 대우조선해양이 900억원대 지체보상금을 물게 생겨 논란이 되고 있다. 2013년 10월 통영함에 장착된 음파탐지기와 수중무인탐지기 성능이 해군 작전운용성능에 미달된 것이 확인돼 인도가 1년 2개월 늦어진 바 있다. 탐지기를 구매한 쪽은 방사청이었다. 그런데도 지체보상금은 대우조선해양이 물도록 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할 예정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가 현재 건조하고 있는 해양플랜트는 총 53기로, 이중 절반(24기 가량)은 인도가 연기됐거나 현재 선주 측과 인도 유예를 협의 중이다. 6월 초 기준 대우조선해양은 총 16기 중 15개를 인도 유예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21기 중 드릴십 6척과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ㆍ저장ㆍ하역 설비) 1기를 인도 연기했고, 2건은 협의 중이다. 16기를 건조중인 현대중공업만 인도 유예를 피해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하반기 국제유가가 30달러대로 급감한 이후 선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도를 유예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인도가 늦춰지면서 자금 유입 시기가 차입금 상환ㆍ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난골 프로젝트처럼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한 경우 피해는 더 크다. 헤비테일 계약 시 조선사는 건조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한다. 하지만 인도가 유예되면서 대금이 들어오는 시점도 늦어져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다.

인도가 늦어지며 이에 따른 추가 비용 지급을 놓고 선주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노르웨이 시추업체인 송가오프쇼어와 추가 비용 부담을 놓고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에 중재를 신청했다. 국제유가가 좋았을 때는 추가 비용을 선주측에서 대부분 정산해줬지만 상황이 반전되자 이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건조한 배를 가져가는 시점을 미루다 결국 계약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2기를 모두 건조해놓고 선주로부터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아 현재 중재 절차를 밟고 있다. 선주가 계약을 취소하면 조선사가 해양플랜트는 직접 매각하거나 중재신청을 통해 조정을 받는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다행히 올해 들어 유가가 40달러대로 오르며 선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는 줄었다"며 "다만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넘기 전까진 인도 유예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밝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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