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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양자 後 암호…Are You R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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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물리의 '융합시대' 열어야

▲'양자 後 암호' 표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양자 後 암호' 표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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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양자컴퓨터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시기는 언제가 될 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언젠가 지금의 컴퓨팅 시대를 접고 새로운 흐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되면 현재의 암호체계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암포 체계는 RSA입니다. 1977년 관련 암호 알고리즘을 개발한 세 사람(Rivest, Shamir, Adleman)의 이름을 따서 붙였습니다. 현재의 암호 체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새로운 암호 알고리즘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를 두고 관련 학계에서는 '양자 後 암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RSA의 암호는 소인수분해를 기본으로 합니다. 간단한 숫자를 소인수분해하는 것은 쉽죠. 수십조, 혹은 이보다 더 큰 수를 대문 앞에 걸어놓고 이를 소인수분해 했을 때 문을 열어준다면 매우 어렵습니다. 슈퍼컴퓨터도 소인수분해하기 힘든 숫자를 대문 앞에 걸어놓는 암호 시스템이 RSA 체계입니다. 양자컴퓨터가 도입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기존의 '비트(bit)' 단위가 아닌 '큐비트(qubit)'라는 개념으로 연산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소인수분해를 기본으로 하는 RSA가 무력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한상근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의 메일이었습니다. 한 교수는 "양자 後 암호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우울한 상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울한 상황'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한 교수는 "미국의 경우 국가 정보기관이 나서서 '양자 後 암호'에 대해 표준을 권고하고 나섰고 올해 2월 표준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연구 작업은 물론 업계와 학계의 관심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교수는 "양자 後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 PQC) 혹은 양자내성암호(quantum-resistant cryptography, QRC)에 대해 미국의 정보기관 NSA(National Security Agency)는 2015년 8월에 관련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이는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면 RSA와 타원곡선 등 현재 표준으로 사용되는 모든 공개열쇠 암호가 해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국가표준기관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는 '양자 後 암호' 표준화 일정 계획을 지난 2월 발표했다고 합니다. 한 교수는 "아시아에서는 한·중·일 3국 연구자들이 'The First PQC Asia Forum'을 지난 6월 중국 청두에서 개최했다"며 "오는 11월말 우리나라에서 'The Second PQC Asia Forum'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정원에 관련 소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등 관심이 넓혀지고는 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양자컴퓨터에 대비한 안전한 암호 표준 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양자 後 암호'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요? 이 관심의 정도는 양자컴퓨터가 언제 현실화될 지 아직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과 맞물려 있습니다. 즉 '양자컴퓨터는 분명히 도래하는데 그 시점이 언제이냐'는 문제와 얽힙니다. 이는 양자컴퓨터는 아직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 '간극'이 '양자 後 암호'에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문성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이에 대해 "현재 KIST, 표준과학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래부 내에도 관련 포럼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아직 영리활동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보니 정부출연연구소가 나서고 있다는 것이죠. 또 한국암호포럼 내에 '양자분과'가 있는데 조만간 제주도에서 관련 행사고 열린다고 합니다.

취재과정에서 미묘한 신경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자 後 암호'를 두고 수학계와 물리학계가 알게 모르게 서로 견제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요.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양자 後 암호 표준을 두고 수학계와 물리학계의 미묘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크게 수학계와 물리학계가 '양자 後 암호'를 두고 서로 다른 접근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학 기반의 암호와 양자 기반의 암호 체계로 나눠져 있다는 것이죠. '양자 後 암호'는 지금 당장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양자컴퓨팅 시대를 준비하는 연구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암호 표준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지난 5월말에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도쿄대의 카블리연구소를 찾았는데 이곳에서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관련 연구원들이 2층 강당에 모입니다. 간식을 먹으면서 토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학과 천문학이 만나고' '수학과 물리학이 토론하고' '물리와 천문학이 서로 질문하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양자 後 암호' 프로젝트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수학과 물리과 만나 서로 토론하고 이야기 하다보면 더 좋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국내 과학계의 '융합'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같은 것을 두고 영역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같은 것을 두고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융합의 기본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이 같은 융합에 촉매제가 돼야 합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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