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공사대금 받지 못한 부정입찰 사기미수"…대법 "사기 이익은 공사계약 체결 그 자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용덕)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기공사업체 대표 주모씨에게 징역 9년 추징금 36억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주씨는 2005년 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한국전력이 발주한 전기공사 입찰가격을 미리 알아내 계약을 따낸 것으로 조사됐다. 주씨는 입찰관리시스템을 관리하는 정보통신업체 직원 4명과 짜고 낙찰가를 미리 알아내는 방법으로 자신과 특정업체들의 공사계약을 부정하게 낙찰받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71회에 걸친 부정입찰로 받은 공사대금 1577억원을 사기 이득액으로 판단해 징역 7년, 추징금 36억여원을 선고했다. 주씨는 관련 업체들로부터 낙찰 대가로 36억여원을 받았고, 법원은 이를 추징액으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한다"면서 "사기죄 '기망'은 상대방이 처분행위를 하는 데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대해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기망행위로 인한 한국전력의 처분행위는 공사대금 지급이 아니라 낙찰 하한가를 전달받은 피고인 등이 운영하는 입찰자를 낙찰자로 결정해 그와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라면서 "피고인 등이 편취한 것은 '발주처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계약당사자의 지위'라는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익"이라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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