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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꿔봐요]사고 때마다 '희생양 찾기'보다 더 소중한 것들

최종수정 2016.05.22 19:14 기사입력 2016.05.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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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외길 건설엔지니어'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의 시각
캐나다 교량 붕괴로 수십명 사망…사고현장 철근으로 반지 끼며 자성


<b>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b>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20세기 초 캐나다에서는 공사 중이던 교량이 무너져 70명이 넘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기술자들은 이 사건을 영원한 교훈으로 삼기 위해 그 현장에서 수거한 철근으로 반지를 만들어 자기들의 손가락에 끼었습니다.

이 철반지 끼는 행위는 지금까지도 이어집니다. 공대 졸업식에서 기술자의 소명의식을 일깨우고 기술의 엄중함을 각인시키는 전통이 됐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문제가 터지면 언론에서 '인재(人災)'라고 결론부터 냅니다. 크게는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가 그랬고, 작게는 매일 일어나는 교통사고나 화재사고 등이 그렇습니다. 그 다음 절차는 뻔합니다. 문제의 실체로부터 무언가 소중한 교훈을 얻는 절차보다는 '매 맞을 놈'을 먼저 찾는 겁니다. 민심부터 수습하려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봐야겠지요.

또 그 다음에는 관계되는 부처의 장관이 대국민 사과성명을 합니다.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별도입니다. 이런 행태는 관행이 되었습니다. 건설분야에서는 현장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기자들이 원하는 답을 주는 교수가 정해져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 없음은 한참 지난 뒤에 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민심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조차 슬그머니 사그라듭니다.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을 높이는 셈이지요.
경제를 살리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고 그 기능을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하는데, 정부의 재정에는 한계가 있으니 민간의 지본을 끌어들이겠다고 공언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제 할 일을 안 하고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두가지 사례도 아닙니다. 또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니 별 소리가 다 나옵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도 아니고, "못해도 너무 못 한다"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안 해도 너무 안 한다"는 소리를 들을 지경입니다.

문제는 쌓여 가는데 풀리는 속도는 느리니 일은 점점 더 곪아갑니다. 담당자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을 선배들로부터 전수받아 잘 알고 있고, 언론은 그걸 국민들이 더 부글부글 화가 치밀도록 자극적인 맛으로 조리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이런 현상이 우리의 문화가 되어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를 위해 일해달라는 국민의 바람으로 여의도에 계신 분들에게는 법적 지위의 보장은 물론 상당한 보수와 활동비도 지급됩니다.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프더라도 고름을 짜야한다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이 제대로 된 지도자의 역량이라 생각합니다. 술(術)자가 들어가는 분야들, 예를 들면 기술(技術)이나 의술(醫術)등은 경험의 학문입니다. 아마 오랜 세월 갈고 닦아야 멋진 작품이 나오는 예술(藝術)도 그럴 것입니다.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이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역량을 쌓도록 만드는 것도 이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 생각합니다.

문제를 푸는 기법이나 절차는 이미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거의 다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별 것도 아닙니다. 이미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문제를 풀어가면 됩니다. 문제가 터지면 누구의 잘못인가도 당연히 따져야 하고 비리나 부정이 있었다면 그것을 규명하는 것도 그 절차 중의 하나로 진행하면 됩니다. 성질 급한 국민이지만 정부와 전문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설득하는 것도 정부와 정치인들의 큰 임무입니다. 어느 나라든 사회 어디엔가는 정부와 전문가를 못 믿겠다는 집단들이 존재합니다. 국민이 이들의 주장에만 기울어지지 않고 문제를 바로 이해하도록 해주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며 궁극적으로 이 사회를 성숙한 시민사회로 만들어가는 지름길입니다.

문제는 다 들어내되 그 속성을 바르게 구분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답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한꺼번에 문제를 다 쏟아놓고 "이게 다 네 잘못이다"라고 죄인부터 찾는 감성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차분히 이성적 접근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너무 기법적인 이야기이지만, 문제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칸(cell)에 맞는 해결책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잘 안 풀리는 과제 중의 하나인 건설 발주자 행태 문제의 해법을 찾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제 바꿔봐요]사고 때마다 '희생양 찾기'보다 더 소중한 것들


①번에 해당되는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는 어느 나라나 있는 보편적 관료주의 현상입니다. 따라서 이것의 해법을 찾는 데에는 전세계적으로 성공이나 실패한 사례를 찾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②번은 한국에만 있는 관료주의의 일반적 현상이 해당됩니다. ③번에는 건설산업에서 발생하는 관료주의의 세계적 공통 현상을, ④번에는 한국의 건설산업에만 있는 현상을 집어넣고 우리의 문화에 맞는 맞춤형 해법을 찾으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시작단계부터 참여자들의 공감이 빨라져서 훨씬 정확한 해법이 신속하게 도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른 문제들도 이런 방식으로 분류해보면 유익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렇게 하나하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습관이 이 사회에 차곡차곡 쌓이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 쌓일 것이고, 다음 선거에 표를 얻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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