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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편 내편, 고용절벽 허물기]당신의 능력을 보여줘요, 아줌마여

최종수정 2016.04.29 16:55 기사입력 2016.04.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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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경제활동 인구 절벽시대, 키플레이어는 아줌마

하루 7시간 한달내내 일해봐야 100만원
총 여성경제활동 51%…남성은 73%
女 20대 64%→30대 59%→40대 67%
출산·육아부담에 10년간 경력단절
자녀 다 키우면 단순서비스직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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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매일 오전 8시30분. 주택이 밀집한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출근전쟁이 벌어진다. 넥타이 부대는 없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운동 가방을 든 40~50대 여성들이 우르르 몸을 싣는다. 9개 층을 오가는 이 엘리베이터 버튼 중 불이 들어 온 곳은 9층뿐. "○○ 엄마 오늘 일찍 왔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그들이 일제히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로 들어선다.

문화센터 로비는 첫 수업이 시작되는 9시 전부터 이미 '아줌마'들로 북적인다. '줌바댄스' 강좌가 진행되는 한 강의실에는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여성들이 몸을 풀고 있다. 허리와 골반을 쓰는 동작이 많은 줌바댄스는 아랫배와 옆구리 살 제거, 엉덩이를 탄력있게 만드는 등 몸매 관리에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최근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김모(48ㆍ여)씨도 얼마 전부터 줌바댄스에 푹 빠졌다. 평일엔 오전 7시부터 차례대로 재수생인 막내딸은 학원으로, 남편과 둘째 딸을 회사로 보내고 마을버스를 타고 15분 거리인 문화센터를 찾는다.
"아직 다른 아줌마들보다는 어린데 그래도 결혼을 일찍 했더니 큰 애는 올해 군대 갔고, 남편이랑 둘째 딸은 알아서 출근하고 재수생인 막내딸만 챙겨서 학원 보내면 되니 이제 좀 한가하죠. 대부분 아줌마들 상황도 거의 비슷해요."

이날 강의실에 모인 아줌마들은 50여분 내내 라틴풍의 노래에 맞춰 댄스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이들은 4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자녀가 초등학생인 수강생은 1명뿐이었다. 대부분 육아 부담에서 자유롭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 중 하나는 정기적인 소득이 없다는 것. 손재주가 좋은 김씨의 경우 자주 가는 뜨개질 가게에서 맡기는 일을 가끔 하기도 하고, 다른 아줌마의 경우도 한 달에 2~3번 꼴로 친구가 하는 식당 일을 돕는 것이 전부다.

김씨의 남편은 중견기업 부장이다. 남편 혼자 벌어 자녀 3명을 키우는 것이 넉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형편이 어렵진 않다. 생계를 위해 김씨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김씨가 처음부터 전업주부였던 것은 아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와 졸업과 동시에 취직했다. 결혼 후에도 몇 년간 회사원 생활을 했는데 첫 아이가 생기면서 그만뒀다. 이후 막내가 고등학교에 가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학습지 교사도 해보고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방문판매도 하고 마트 계산원으로 취직도 했다. 최근에는 보험 설계사로도 일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그만뒀다. 벌이가 첫 직장의 3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박했기 때문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아예 일할 생각이 사라졌어요. 아줌마가 처녀시절 했던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단순노동이라 힘들기만 하고 벌이도 시원치 않고요. 하루 7시간씩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마트 계산원으로 일을 해 봐야 100만원 남짓 버는데 굳이 일하고 싶겠어요?"

줌바댄스 수업이 끝나고 김씨는 친한 아줌마 5명과 함께 문화센터 로비에 자리를 잡았다. 격렬한 댄스 후 갖는 휴식 겸 간식시간이다. 각자 집에서 싸온 사과와 딸기 등 과일을 나눠 먹으면서 옆집 애가 어느 대학을 갔다더라, 누구 애가 어디에 취직을 했다더라 등 자녀 이야기가 오간다.

김씨는 줌바댄스 수업을 같이 들은 아줌마 2명과 함께 인근 수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심 때까지는 수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수영반 아줌마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는 다시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오후 5시가 돼서야 집에 갈 준비를 한다.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 전 집에 돌아간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기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1.3%로 남성(73.6%)에 턱없이 모자란다. 연령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20~29세 64.1%에서 30~39세엔 93.9%로 급증한 뒤 40~49세 93.9%까지 오른다. 20살에서 50살까지 경제활동 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셈이다.

여성의 경우 20~2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4.9%로 남성보다 높지만 30대가 되면 59.4%로 도리어 줄어든다. 결혼ㆍ출산ㆍ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시 40~49세가 되면 67.2%로 이 비율이 늘어나긴 하지만 남성의 증가율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격차가 결국 일하지 않는, 더 정확히는 일을 못하게 된 40~50대 아줌마들로 나타나는 것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우 30대 초ㆍ중반까지 커리어를 쌓다가 육아 탓에 10년 동안 경력이 단절된다"며 "어느 정도 육아에서 자유로워진 이후 취업을 하려고 해도 임금수준이 낮은 단순 서비스직밖에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구직활동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인구절벽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급감을 막으려면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만 단기간에 증가시킬 수 있는 묘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40~50대 여성의 노동력을 끌어내는 것이 인구절벽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키"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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