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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흔드는 '루머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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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port] 총선 맞아 흑색선전 위험수위…뜬소문 통하는 사회시스템 정비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기하영·문제원 수습기자] "A후보는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 뽑아 봐야 선거 다시 한다는데…." "B후보는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데…."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흑색선전'이 담긴 '루머'가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2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선거 D-30일' 기준으로 입건된 선거사범 중 흑색선전이 38%로 가장 많다. 금품선거는 줄었지만, 흑색선전은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악성 루머'는 사회를 흔드는 그림자다. 과거 구전(口傳) 전파가 주류였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한 지금은 트위터, 카카오톡 등이 루머 전파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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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특징은 황당하면서도 왠지 그럴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선풍기를 켠 채 잠이 들면 죽는다는 얘기는 오래된 루머다. 1932년 7월 한 일간지는 '술 먹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다가 그대로 죽은 예가 있다'는 기사를 담았다.

언론 기사로까지 나왔으니 루머인지 사실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는 '바셀린을 코밑에 바르면 세균이 붙는다'는 루머가 확산하기도 했다.
루머는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 2008년 배우 최진실씨 자살 사건에도 '악성 루머'가 영향을 미쳤다. 당시 40억원의 사채 때문에 자살한 배우 안모씨 죽음에 최씨가 빌려준 25억원의 사채가 연관돼 있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최근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와 관련해 유명 배우의 이름과 받은 돈 등 구체적인 내용이 '지라시'로 퍼지기도 했다.

악성 루머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거꾸로 루머의 순기능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익명의 힘은 진실을 전하는 통로가 될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합리적 의문은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적절한 견제 장치'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니콜라스 디폰조는 자신의 저서에서 "루머가 생기고 퍼지는 것은 어쩌면 정상적이므로, 근거 없는 불안을 해소하고 사실 확인을 하면서 불확실한 상황을 통제한다면 루머를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머가 확산하는 사회적인 풍토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에 불리한 사안이 발생할 때 지나치게 정보를 통제하면 루머가 더 확산할 수밖에 없다.

홍주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루머의 사회적인 발생 원인은 정부 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책임 기관 발표가 믿을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으면 메인 정보가 아닌 루머가 힘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에볼라가 유행하던 지난해 "루머 유행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된 위험을 사실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루머는 특정 시기에 존재하는 사회현상을 반영한다.

루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개인이 가치, 소망, 분노 등을 직접 말할 수 없을 때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을 루머로 본다. 루머는 불확실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정보라는 얘기다.

루머가 유독 힘을 받는 사회라면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루머가 퍼지면 사회적 자본인 관계와 믿음, 제도권에 대한 신뢰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면서 "정부와 언론의 개방성과 투명성이 좋아져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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