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상상축제' 프로그램 선정된 진도씻김굿, 김오현 예술감독 인터뷰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진도의 상장례 문화는 아주 독특하다. 대개 상여행렬은 엄숙하지만 여기서는 북춤과 흥겨운 노래, '상여굿'을 보려고 마을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상여가 나가기 전 망자를 좋은 곳으로 보내는 의례가 바로 '씻김굿'이다. 이제 토속적인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무업(巫業)을 지켜온 이들이 중심이 돼 이 민속예술의 맥을 무대에서 이어가고 있다. 유럽 초청 공연은 앞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전초전이 될 것이다."
사자(死者)의 한을 씻고, 남은 사람의 내일을 축원하는 축제 같은 상장례의 원형. 전라남도 '진도씻김굿'(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이 한불상호교류의해를 맞아 프랑스 '상상축제'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오는 4월 6일부터 열흘 간 프랑스 알자스, 파리와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이에 앞서 국내 시연 공연이 지난 25~26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있었다.
진도 씻김굿 전수조교이자 예술감독인 김오현(61)씨는 이번 무대에서 장구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악사로도 등장한다. 김 감독은 지난 2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씻김굿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선정된 후 보존회가 결성됐다. 유럽에서는 몇 차례 소개가 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4년부터 기획됐다. 씻김굿을 초청한 이는 무형유산 공연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프랑스 '세계문화의집' 아와드 에스베르 관장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직접 진도를 찾기도 했다. 30여년 전 고(故) 박병천 선생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고 했다.
지난 2007년 타계한 박병천 선생은 진도지역 세습무가 집안의 9대째 예인이다. 진도씻김굿의 가무악 뿐 아니라 북춤에도 달인이었다. 그는 진도의 민속을 무대예술로 승화하는 데 앞장선 이다. 농악가락에 춤을 덧붙여 구성한 진도북춤, 진도씻김굿에 부수적으로 사용되는 춤(굿거리춤, 지전춤, 고풀이춤)을 재구성해 독자적인 무대공연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진도에는 무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자 무당이 중심이고, 남성들이 악사를 주로 맡았다. 어릴 적 박병천 선생 가족들이 마을에 와서 굿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선생님께 소리와 악기를 배웠다"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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