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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영롱한 빗방울'…이색 유리 설치작품전

최종수정 2016.03.25 11:25 기사입력 2016.03.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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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치 전경

작품 설치 전경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투명하고 영롱한 빗방울이 무수히, 똑똑 떨어진다. 이따금 천천히 청아한 물방울 소리가 현실보다 느리게 들려온다. 오로지 맑은 빗방울만 가득한 공간. 깨끗하고 기분 좋다. 숲의 기억, 시골의 추억을 연상케 한다. 이곳이 폐쇄된 전시장이란 것이 순간 놀랍다. 천장에 매달린 '유리 빗방울들'. 그리고 소리. 그 안을 거닐면 바깥 도시 풍경을 잊어버린다.

서울 대학로 혜화역 인근에 있는 한 전시장에서 좀 색다른 전시가 열리고 있다. '레인 드롭'(Rain Drop)이란 제목의, 유리를 소재로 한 대형 설치작품전이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8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 서명수(40)씨가 여는 첫 개인전이다.

지난 23일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났다. 전시장엔 빗방울 모양의 유리구 수백 개가 대롱대롱 달려 있다. 무색, 투명한 유리구마다 물이 채워졌다. 유리구 안에 든 물은 사물을 거꾸로 비추고 있다. 유리구들끼리도 빛을 반사하느라 분주하다. 공간은 온통 반짝반짝. 뒤편에는 시멘트와 흙을 섞어 만든 사각 틀에 같은 모양의 유리 조형물이 들어가 있는 설치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한국에서 도예를 전공했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유리를 재료로 한 설치작품을 시도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흙을 만지다가 유리를 접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결혼한 후, 우연한 기회로 네덜란드에 가서 살게 됐다"며 "그곳에서 아이들 둘을 키우며 미술 아카데미를 다녔다. 블로잉 기법 등 관련 기술을 익혔고, 유리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도예와 유리는 가마를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이점을 꼽자면 도예 작업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고요한 느낌인데 반해 유리 작업은 밖으로 발산하는 활동적이다. 1200도 용광로에서 녹은 유리를 가지고 밖에서 형태를 만든다"고 했다.
서명수 작가

서명수 작가


물에 채워진 유리구

물에 채워진 유리구


작가의 작업들은 주로 '자연'을 끌어들이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특히 '물'에 대한 애정이 컸다. 이번 전시는 귀국해서 여는 첫 전시지만, 그는 이미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10여 차례 전시를 해왔다. 지난 2012년 네덜란드의 한 공과대학 전시장에서는 '워터 도네이션'이라는 프로젝트가 열린 적이 있다.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유리구를 선택하게 하고, 그곳에 담을 '자신만의 물'을 기부 받아 유리구에 채워 보여주는 전시였다.

작가는 "고향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에서 바다나 강, 냇물의 물을 보긴 했을 테지만, 직접 그 물을 접촉하고 떠보는 것은 특이한 경험이었을 것"이라며 "서울에서도 학창시절 도자기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꽤 했었다. 그땐 도시생활에서 느끼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 같은 측면이 컸다"고 했다.

이번 전시 역시 "무심히 놓쳐 버린 자연에서 겪었던 자신들의 경험을 다시 기억해 내고 그 정적인 순간을 공감하길 바란다"고 했다. 작가는 "작품 안으로 들어가 유리를 만져보고, 느꼈으면 좋겠다"며 "바닥에 뉘어둔 설치작품은 도시적인 느낌도 함께 담고 싶어 제작했다"고 부연했다. 작가 서명수는 홍익대에서 도예를, 네델란드 Gerrit Rietveld Academie에서 유리를 공부했다. 현재는 물에 대한 관심을 유리 작업으로 풀어 가고 있다.

전시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갤러리 이앙. 02-3672-0201.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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