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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알파고가 투표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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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사회부장

정완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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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르면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AI는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집단지성은 20세기 초 미국의 곤충학자가 개미 집단에서 발견한 개념이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피에르 레비가 사이버 정보화 시대의 집단지성 개념을 주장해 널리 알려졌다.

집단지성의 결과물들은 이미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네이버 지식iN이나 위키백과가 대표적이다. 소프트웨어 공개를 통한 집단지성의 힘이 사물인터넷(l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의 디지털 혁명으로 이어진 사례도 주목할 부분이다. 리눅스의 오픈 소스 운영체제가 정보기술(IT) 혁신의 원천이라고 평가를 받는 이유다.
만약 알파고가 개인 이세돌이 아니라 인간 집단지성과 대결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알파고가 한 수를 놓을 때마다 한ㆍ중ㆍ일을 대표하는 프로기사들이 머리를 맞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검토한 뒤 착점을 하는 방식이다.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AI와 개인 이세돌의 대결 자체가 불공평하다는 지적도 나온 마당이니 그럴 듯해 보인다.

결과는 희망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각자 최고라고 자부하는 프로기사들이 자신의 행마만 고집할 가능성이 큰 탓이다. 보편적인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한 집단지성의 힘이 오히려 발휘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알파고는 집단지성의 결과를 토대로 스스로 한 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프로기사 다수가 선택한 방법만으로 착수한다고 매번 최선의 착점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세계 최정상급 바둑 고수들은 다수의 프로기사들이 예상한 행마를 보여주지 않는다.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선거도 집단지성의 힘이 필요한 제도다. 유권자마다 지지자가 다를 수 있지만 다수의 표가 갖는 힘이 합리적으로 당선자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선거에서 합리적인 집단지성의 힘이 작용하기에는 함정이 많다. 단적으로 유권자에게 그릇된 정보가 입력된다면 집단지성은 보편타당적인 결론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느 정권이든 여론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정보기관이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움직이기 위해 댓글 부서를 운영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법의 경계선을 줄타기하는 여론 조작 시도는 알게 모르게 계속 진행 중이다.

20대 총선을 앞둔 여야가 공천을 둘러싸고 피비린내 나는 암투를 벌이고 있다. 겉으로는 유권자에게 호소할 개혁 명분을 외치지만 속내를 보면 그들만의 권력투쟁 양상이다. 우리나라 유권자가 아직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집단지성에 갇힌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내부의 적부터 쳐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지역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선거에서 집단지성의 힘이 발현되기는 힘들다.

알파고를 앞세워 선거 당일 날 전국 선거구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면 그나마 합리적인 선량을 선택할 수 있을까. 자못 결과가 궁금하기는 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투표권은 오직 인간만이 갖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AI 로봇이라도 인간을 대신해 투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법원은 17~18일 전국법원장 간담회의에서 선거사범에 대해 공소장 접수 후 2개월 내 선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갈 경우 국회의원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점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선거사범은 473명으로 19대 총선 같은 기간보다 38.7% 늘어났다. 이번 총선이 혼탁한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조치와는 별개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더욱 필요할 때다. 국민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공천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정치 혐오만 불러일으킨다. 그런 정치권에 일격을 가할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될 지 일말의 기대를 해본다.





정완주 사회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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