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족보에 이름 없는 만1세 양민학살 피해자 국가배상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나이 관련 진술 다른 건 '만나이' 계산 때문…대법, 믿을만한 진술 있다면 국가배상 인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 토벌대에 희생당한 만1세 아이와 관련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사자의 나이를 둘러싼 정보에 차이가 있고, 족보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등 의문이 있더라도 양민학살에 관한 믿을만한 진술이 나왔다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조모씨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경남 거창·산청·함양·고성·사천·거제지역 주민 108명이 좌익활동·부역 혐의 등으로 경찰·군인 등에 의해 재판 등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한 결과, 경남 산청군 지역에서 조씨와 그의 어머니 강모씨 등이 지리산 토벌대에 희생당했다.
대법원

대법원

AD
원본보기 아이콘

토벌대는 강씨에게 남편을 찾아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강씨가 말을 듣지 않자 총으로 쏴 그는 물론 품안에 있던 조씨까지 함께 숨을 거뒀다. 1950년에 태어난 조씨는 만1세의 어린 나이였다.

조씨 가족은 '국군이 마을을 수복하면 인민군 치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인다'는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지리산으로 피란을 갔다가 변을 당했다.

조씨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학살당했다는 여러 사람의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조씨의 나이에 대해서는 만1세라는 내용과 2세, 3세 등 다양한 기록이 나왔다. 조씨는 족보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1심은 과거사정리위 판단을 받아들여 조씨의 양민학살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판단이 달랐다. 2심은 "진실규명결정문에는 사망 당시 나이가 1세로 돼 있으나, 진실규명신청서 및 신청인 진술조서에는 사망 당시 나이가 3세로 돼 있고, 참고인 진술서에는 사망 당시 나이가 2세가량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2심은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제적등본 일부가 멸실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족보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면서 양민학살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출생신고나 사망신고가 된 자료가 없고 문중의 족보에도 그 출생과 사망에 관한 기록이 없으나, 이는 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던 중 만 2세가 채 되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이 사건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공부상 출생신고 등이 되지 않고 족보에도 등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망 당시 만 1세를 넘긴 지 오래된 무렵이어서 제3자에게는 이른바 우리나라 나이로 2세나 3세로 보였을 것"이라며 "경남 산청 등 사건의 조사보고서에서 사망 당시 나이를 1세로 기재한 것은 희생자들의 사망 당시 나이를 만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