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 뚝 울상…오고 싶은 마트 만들기 안간힘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주부 조인영씨는 마트를 갈 때 스마트폰으로 쇼핑리스트어플리케이션(앱)부터 켠다. 쇼핑리스트외 다른 물건들은 일절 사지 않기 위해서다. 상품들도 집에 날아오는 전단을 보고 정말 쌀 때 아니면 사지 않는다. 조씨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필요한 물건만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계경제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행사 상품만 골라 사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마트들은 이익이 남지 않는 행사상품에만 지갑이 열리고 있다며 울상이다.
주부들은 각종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행사 상품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마트가면 살만한 가성비(가격성능대비)갑 제품 BEST' 등 가성비가 좋은 제품만 사야 한다는 블로그 내용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필요한 물건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은 쇼핑 노하우들도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가운데서는 쇼핑리스트들을 미리 적고 체크해나가는 앱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행사 상품만 골라 사는 고객들이 체감할 정도로 늘었다"며 "'체리피커'같은 고객들만 늘어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행사상품은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영업이익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는 상품이다. 역마진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진을 최대폭으로 줄여 판매하기 때문이다. 마트는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마진을 줄이거나 자체 마진을 줄여 물건을 팔아 왔다.
마트가 이익이 별로 안 남는 행사 상품을 만드는 이유는 고객들을 마트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방문한 김에 다른 상품까지 사게 하는 것이 그동안 마트의 주효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주부들이 일부 미끼 상품에만 지갑을 열면서 마트에서 고객들이 평균적으로 구입하는 금액(객단가)은 감소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객단가는 전년대비 1.1% 감소했다. 이마트의 지난해 월평균 객단가도 전년대비 0.9%감소했다. 10개이하 소량구매고객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34%에서 2015년 36%로 매년 1%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마트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필요한 것만 사는 '불황형 소비'의 징조로 보고 있다. 객단가가 줄고 행사 상품만 팔릴 경우 영업이익이 쪼그라 들 수밖에 없다. 이마트의 경우 매출이 전년대비 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3.1% 감소했다. 롯데마트의 국내매출은 0.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1.2% 감소했다.
마트들은 최소한 역마진을 피하는 식으로 불황형 소비에 대응하는 한편 각종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최근 가격표의 숫자표기만을 활용해 시즌오프 제품을 식별토록 하는 '라스트콜 넘버4' 마케팅을 진행했다. 마트들은 편의시설 증축으로 오고 싶은 마트를 만드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격만 내세우기 보다는 가족들이 함께 와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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