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SNG 사업은 정권의 국책과제를 속성(速成)으로 추진하는 데 포스코가 '동원'된 것이었다. 이 사업은 이명박(MB)정권 2년차인 2009년에 '녹색성장'사업의 하나로 SNG에 관한 연구개발을 포스코에 맡긴 것에서 시작됐다. MB정부 출범 후 정권 실세의 지원설 속에 전격발탁된 당시 포스코 회장은 이 사업을 전폭 지원했다. 한국가스공사와 SNG 구매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포스코 내부에선 "정권이 바뀌면서 나 몰라라 하는" 가스공사에 대한 불만이 높다고 한다. "구매 의무를 명문화한 게 아니었다"는 가스공사의 해명도 군색해 보인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정치적 외풍'이 빚은 예고된 사업 실패의 측면이 강하다. 정권이 내세운 정책과제를 실세의 지원을 받았다고 알려진 새 회장이 밀어붙였는데, 냉정한 경영판단이 이뤄졌을까. 가스공사를 유일한 판매처로 설정한 것이나 가스 값 하락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이 거의 없었던 것에서 이미 '부실'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창사 이후 47년 만에 처음 적자를 냈다. 철강경기 침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세계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할 때에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에 몰두한 탓이 컸다. 정부나 실세의 '주문'을 받은 최고경영진이 무리하게 시작한 사업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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