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사설]외풍에 휘둘린 포스코 '가스사업'의 교훈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포스코가 합성천연가스(SNG)를 제조ㆍ판매하는 자회사 포스코그린가스텍을 흡수합병한다고 그제 공시했다. 이로써 지난 5년여간 최소 1조2500억원을 투입해 벌여온 SNG사업의 장래는 더욱 불투명해지게 됐다. 포스코가 SNG 사업에 진출했다가 크게 후퇴하기까지의 과정은 '외풍'에 휘둘리는 세계적 철강기업의 근원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우량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우선과제가 무엇인지도 새삼 분명히 해주고 있다.

포스코의 SNG 사업은 정권의 국책과제를 속성(速成)으로 추진하는 데 포스코가 '동원'된 것이었다. 이 사업은 이명박(MB)정권 2년차인 2009년에 '녹색성장'사업의 하나로 SNG에 관한 연구개발을 포스코에 맡긴 것에서 시작됐다. MB정부 출범 후 정권 실세의 지원설 속에 전격발탁된 당시 포스코 회장은 이 사업을 전폭 지원했다. 한국가스공사와 SNG 구매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사정이 확 달라졌다. 가스공사가 SNG 구입에 소극적으로 변했고, 작년 초로 계획됐던 SNG의 상업생산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포스코 내부에선 "정권이 바뀌면서 나 몰라라 하는" 가스공사에 대한 불만이 높다고 한다. "구매 의무를 명문화한 게 아니었다"는 가스공사의 해명도 군색해 보인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정치적 외풍'이 빚은 예고된 사업 실패의 측면이 강하다. 정권이 내세운 정책과제를 실세의 지원을 받았다고 알려진 새 회장이 밀어붙였는데, 냉정한 경영판단이 이뤄졌을까. 가스공사를 유일한 판매처로 설정한 것이나 가스 값 하락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이 거의 없었던 것에서 이미 '부실'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창사 이후 47년 만에 처음 적자를 냈다. 철강경기 침체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세계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할 때에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에 몰두한 탓이 컸다. 정부나 실세의 '주문'을 받은 최고경영진이 무리하게 시작한 사업이 적지 않았다.
'포스코 SNG 사태'의 교훈은 그와 같은 외풍에 의해 추진되는 졸속사업의 폐해가 해당 사업의 손실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즉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낭비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2중 3중의 타격을 입힌다. 이는 비슷한 환경의 KB금융이나 대우조선해양의 내분과 방만경영에서도 익히 봤던 바다. 회장추천위원회와 같은 제도적 절차 이상의, 명실상부한 독립적 책임경영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