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적합업종의 부메랑]국내 기업만 물먹었다
외국계 빵집 브랜드 3년간 20여개 급증…LED제품도 99%가 중국산
▲프랑스계 베이커리 '브리오슈도레'. 국내 제빵 산업이 중기적합업종, 모범거래기준 제한 등으로 성장이 주춤했던 2013년 국내 첫 발을 내디뎠으며 지난해 3월 법인설립 이후 2월 기준, 총 7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2011년 중소기업의 성장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3년 동안 막도록 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제도가 올해로 시행 5년째를 맞았지만 제도 실효성은 여전히 논쟁거리다. 지금까지 총 73개 업종이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제도 시행 이후 국내 업체들이 아예 사업을 접는 등 부작용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안'을 마련해주기보다 몇 개 상위업체들만 억누르다보니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틈을 비집고 외국계 기업만 득세하자 중기적합업종 지정시 업종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동반성장위원회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9일 중기적합업종 적용기간이 만료되는 제과점업 등 18개 품목에 대해 동반위가 23일 본회의를 열고 이들 업종에 대해 재지정여부를 논의한다.
이중 가장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제과점업이다. 제과점업은 2013년 3월1일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국내 제빵업체들은 매장 수가 1% 내외로 성장이 지체됐다. 이 사이 외국계 빵집은 크게 늘어 중기적합업종 규제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2013년 국내 첫 발을 내디딘 글로벌 브랜드 외식그룹 '르 더프' 소속의 프랑스계 베이커리 '브리오슈도레'는 지난해 3월 법인설립 이후 2월 기준, 총 7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르 더프는 미국과 중동, 아시아 등 전세계에 걸쳐 500여개 매장을 보유한 유럽 최대 프랜차이즈 제빵 브랜드. 국내 제빵 산업이 중기적합업종, 모범거래기준 제한 등으로 성장이 주춤한 사이를 공략한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 베이커리 '곤트란쉐리에코리아'는 2014년 3월 설립된 이후 현재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피에르에르메', 미국의 '쿠쿠루자', '주니어스치즈케익','레이디엠','씨즈캔디','즐스프레즐','치즈케익팩토리', 일본의 '몽상클레르','살롱드몽슈슈','핫삐돌체' 등 최근 3년간 외국계 베이커리 브랜드는 20여개 가까이 새롭게 생겨났다.
반면 국내 제빵업체들의 성장세는 내리막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의 2014년말 당기순이익은 537억원으로 전년 656억원보다 22% 급감했다. 성장세 둔화로 고용 창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014년말 기준 4847명이었던 직원 수는 최근 4376명으로 500명 가까이 줄었다. 더 이상 점포를 낼 수 없게 되자 신규 매장 개설을 위해 상권분석, 매장개발 등의 업무 비중이 대폭 축소된 까닭이다.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돼 외국계가 판을 치게 된 분야는 제과점업 뿐만이 아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대표적이다. 2011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돼 국내기업들은 줄줄이 사업을 철수했지만 외국기업들의 매출은 3년간 3배, 점유율은 10%를 넘어섰다. 이에 지난해 초, 동반위는 LED조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해제했지만 이미 시장은 값싼 중국산이 독식한 후였다. 현재 국내시장에 유통되는 LED제품들은 99%가 중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 생산(OEM)이나 제조자개발생산(ODM)으로 생산되고 있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도 마찬가지다.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대기업 상당수가 MRO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나 중소 MRO 업체들의 매출은 2011년 17조76억원에서 2014년 16조7533억원으로 1.5% 감소했다. 반면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 미국 그레인저와 독일 뷔르트가 지난 2014년 한국에 상륙했다.
전문가들은 중기적합업종을 법으로 규정할 경우 이미 폐지된 고유업종 제도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고유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의 안정적 사업영역 보호를 위해 1997년 도입됐지만 오히려 중소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 등으로 2006년 폐지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유업종 폐지 이후 중소기업의 생산액은 11% 포인트, 노동생산성은 3.2% 포인트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제화로 접근해 대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법으로는 제도의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수출을 지원하거나 해외로의 진출 활로를 열어주는 등 보다 긍정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