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난 사람들의 '탈 서울' 사유를 집계한 결과 순유출 인구의 61.8%(8만5000명)가 주택 문제를 꼽았다. 서울의 급등하는 전세금을 견디다 못해 상대적으로 집값과 전세가격이 낮은 경기도 등으로 떠난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전에는 서울 주변에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이주하는 경우가 다수였다면 지난해에는 밀려나듯 '탈 서울'에 나서야 했던 이들이 많았다.
문제는 올해도 전세난이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기대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전세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저금리 시대 월세 선호 등에 따른 줄어드는 전세공급 물량은 단기간에 해소될 성격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내놓은 부동산시장 동향 자료도 서울에서 올해 3만 가구가 재건축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3000가구에 그쳐 전세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해 들어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전세물건 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시장 비수기인 1월에 벌써 이 정도라면 이사철이 다가올수록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전세난은 수요와 공급 간의 '미스매치'가 근본원인이라 획기적 대책을 내놓기는 힘들다. 그러나 당국은 '전세 난민들의 탈 서울 행렬'을 막을 수 있는 좀 더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92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있는 서울의 인구가 전세난 때문에 연내 1000만명이 깨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걸 '서울 집중 완화'라며 반길 수는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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