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상권에 몰려 공간 협소·위탁경영 한계·내국인 고객 증가 영향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주부 박채영(36)씨는 지난해 개관한 신라스테이울산에 숙박했다가 주차 때문에 애를 먹었다. 빈 주차공간이 없어 결국 호텔 밖에 있는 유료 공터주차장에 차를 대고 와야 했다. 박씨는 "중저가호텔이라고 해도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데 주차 때문에 실망했다"며 "객실 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는 7개 호텔 객실 수가 총 2323개이지만 주차 가능 대수는 729대로 객실 수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신라스테이역삼을 제외하면 25%까지 내려간다. 객실 4개당 한 대만 주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호텔의 7개 롯데시티호텔 역시 객실은 2127개이지만 호텔 내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814대다. 특히 호텔 내 주차 전쟁이 심한 곳은 명동 등 인구 밀집지역이다. 롯데시티명동은 객실 430개에 주차는 67대에 불과하며 최근 문을 연 L7호텔도 객실 245개에 주차는 19대에 그친다. 만실일 경우 호텔 밖에다 차를 대고 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객실 319개에 주차 가능 대수가 25대인 신라스테이서대문은 주말에만 한시적으로 호텔 옆 건물에 200대까지 무료 주차를 지원해주고 있다. L7호텔도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을 인정, 추후 고객들이 남산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이렇듯 비즈니스호텔들이 주차장을 협소하게 갖게 된 이유는 주변 공간의 제약 때문이다. 국내 비즈니스호텔들은 대부분 관광상권에 몰려있는데, 이 지역의 특성상 지하에 사회기반시설이 있어 일정 깊이 이상 파낼 수 없다는 것. 명동에 있는 L7호텔의 경우 객실 수에 맞는 수준의 주차장을 확보하려면 지하 주차장을 7~8층으로 내야한다. 그러나 주변에 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있어서 공사를 더 진행할 수 없었다. L7호텔은 지하2층 단 한 개 층만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모든 비즈니스호텔들은 사업 승인시 이미 법정 주차 기준을 통과했기 때문에 주차 공간에 대한 법적인 하자는 없다. 결국 최소한의 기준만 맞췄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불편함은 호텔 이용 고객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주거용 아파트와는 달리 주차시설이 방의 개수에 맞춰 지을 필요가 없다"며 "비즈니스호텔들은 오피스텔용 혹은 복합시설용 건물에 위탁경영으로 들어가다보니 주차장 보유 기준이 제각각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호텔 타깃 고객이 외국인에서 내국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비즈니스호텔 주차난 요인 중 하나다. 비즈니스호텔들은 당초 중국인 등 해외관광객 수요에 맞춰 지어지느라 주요 타깃이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차를 갖고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각 호텔에서는 호텔 내 주차장이 많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작은사치' 소비 트렌드와 장벽을 낮춘 특급호텔들의 등장으로 내국인 고객들이 몰리자, 그동안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주차장 문제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비즈니스호텔 업계에 따르면 평일 외국인과 내국인 비중은 7대3이며 주말에는 3대7로 역전되기도 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까지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한 것이 함정이었다"며 "물리적 환경, 위탁경영이라는 비즈니스호텔 운영의 한계, 내국인 고객의 증가 등의 요인으로 주차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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