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앗아가는 번개탄 안 팔아요"

강동구, 번개탄으로 인한 자살 방지 위해 판매업소 판매방식 개선... 판매대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에서 별도 비치 후 구매 이유 확인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이 늘어나면서 번개탄 판매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강동구(구청장 이해식)가 번개탄으로 인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판매방식 개선에 발 벗고 나섰다.

최근 번개탄에 의한 자살시도가 점차 증가, 소중한 생명의 숨결이 일산화탄소와 함께 산화되어버리는 안타까운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보건복지부 자살실태 분석에서는 번개탄 등 가스 중독 자살시도는 전체 자살시도자 1343명 중 약 8.1%(110명)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49세에서 번개탄 등 가스중독 자살시도가 11.4(61명)%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 의하면 서울에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간 일산화탄소 중독에 인한 자살 사망자)는 649명으로 2011년 204명(7.5%), 2012년 186명(7.8%), 2013년 259명(10.1%)으로 자살 사망자 비율에 있어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희망판매소 참여희망 판매소 동의서 받기

번개탄을 피울 때 불완전 연소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자해를 시도한 사람은 구조되더라도 뇌손상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그동안 사회적인 대책이 요구돼 왔다.

이에 강동구는 지난 11월부터 지역내 번개탄 판매소를 대상으로 판매방식을 개선한 희망판매소 참여를 독려하는 ‘생명지킴이 희망판매소’ 활동을 시작했다.

생명지킴이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 활동가들이 2인 1조 5개팀으로 나눠 지역사회 번개탄 판매업소를 방문, 희망판매소를 홍보, 판매소가 동의하면 입구에 “생명지킴이 희망판매소”라고 쓰여 있는 예쁜 스티커를 부착하며 희망판매소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발품을 팔아 독려한 희망판매소는 구매자가 직접 집어서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번개탄을 계산대 옆에 비치 후 구매자가 “번개탄 주세요”라고 판매의사를 밝혀야 판매를 하게 되는데 이 때 구매 이유를 확인하고 판매함으로써 혹시라도 번개탄이 본래의 용도로 쓰이지 않을 수 있는 불상사를 일차적으로 예방하게 된다.

또 위험대상을 발견하게 되면 마음이음 상담전화번호(1577-0199)를 안내하거나 보건소에 의뢰(02-471-7970)하는 생명지킴이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12월 현재 지역내 총 150개 판매소중 54개 판매소가 번개탄 방매방식을 바꾸는데 동의했다.

생명지킴이 희망판매소

구는 생명지킴이 활동 자원봉사자를 통해 희망판매소 운영 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도 할 예정이다.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홍콩에서는 자살률이 상승하는 시기에도 번개탄 판매방식을 바꾼 지역에서 만큼은 자살률이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였다”면서 “희망판매소 활동을 통해 번개탄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차가운 도구가 아니라 따듯한 온기를 전하는 본래의 용도로만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