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잔고 하루 새 1336억원 늘어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금융투자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단기 현금성 자산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물론 만기 1년 미만의 은행 단기예금에 돈이 쌓이고 있다. 눈앞에 다가온 위기에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투자 대신 현금 비중을 높이며 유동성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는 대기업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시중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자산가들이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 까지 대기업과 비슷한 흐름의 투자 전략을 펼치며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은행권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첫 날(17일)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CMA 잔고는 49조7687억원으로, 하루만에 1336억원이 늘었다. 미국 금리 인상 후 달러화 강세와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추락의 여파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당분간 안정적으로 돈을 굴리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이 미국 금리 인상 후에도 여전히 불안요소들이 산재해 있어 달러만 보고 움직이기 보다는 현금이란 안전장치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PB센터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은 예측가능한 재료였기에 파급효과를 다 알고 있어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유가 폭락이니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가능성 등 다른 변수들은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산가들이 움츠러 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이벤트는 역사적으로 돈을 벌 기회였지만 지금은 지켜야 할 시점이라는 게 자산가들 생각"이라며 "이제 고성장이 될 수 없고 인플레이션도 기대도 꺾이면서 더 보수적인 투자자로 바뀐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자산가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상성장률'을 주요 키워드로 들고 나올 정도로 내년 경제 전망이 불안한 만큼 경기 추세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박훈규 하나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지금은 미국만 경기가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에 기댄 신흥국들이 따라가기 어렵다"며 "만기가 확정되지 않은 자산의 경우 위험성이 클 수 밖에 없어서 부자들이 유동성을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대기업에 이어 거액 자산가들 마저 급격히 움츠러 들 경우 소비위축과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가 나쁘다 보니 투자심리도 약해지고 있다"며 "수출이 개선될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에 소비절벽과 추경절벽까지 더해진다면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심리를 살릴 수 있는 규제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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