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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증시 '시크릿 가든'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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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증권거래소 출범...전문가들 "성공 가능성 높아 기대 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22년의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9일(현지시간) 드디어 증권거래소가 출범했다.

교도통신 등 외신들은 미얀마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양곤증권거래소(YEX)가 이날 공식 개소했다고 보도했다.
YEX 출범은 25년만에 치러진 첫 자유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한 지 한 달여만의 일이다. 이로써 아시아에서 '마지막 황금의 땅'으로 불리는 미얀마의 경제가 활짝 필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고 이날부터 주식이 거래된 것은 아니다. 내년 2월 이후에나 거래될 듯하다. 게다가 미얀마 현지 기업만 상장이 가능하고 현지 화폐 차트로만 거래할 수 있다. 당장은 외국인의 직접 투자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관련 입법을 거쳐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신정권이 들어서 권력을 확실히 장악할 때까지 주식 거래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현지 부동산 업계의 거물 세르게 푼이 이끄는 퍼스트미얀마인베스트먼트(FDI) 등 6개 업체가 정부로부터 상장 승인만 받아놓은 상태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의 린 콕 태국 및 메콩강 유역 담당 사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YEX 설립 자체가 상서로운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일본 제2의 증권사인 다이와(大和) 산하 경제조사연구기관 다이와총련(總硏)에서 YEX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스기시타 료타(杉下亮太) 아시아사업개발부 부부장은 "미얀마인들의 경우 증권 거래가 처음이기에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YEX 설립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다이와의 임원들은 양곤에서 군 지도부와 만나 미얀마 인근 지역 나라들의 경제 붐 그리고 주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2000년까지 증시를 개소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이어 2011년 미얀마의 군부 통치가 종식됐다. 증시 개소안이 부활한 것은 이때다.

미얀마 민간정부는 시장 인프라, 증권 감독 기관, 증권거래법을 처음부터 만들어내야 했다. 다이와는 일본증권거래소(取引所)그룹과 손잡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얀마 관계자들은 도쿄(東京)로 건너가 다이와의 베테랑 거래인들로부터 교육 받았다. 일본증권거래소그룹 임원 네 명은 미얀마에서 증시 출범 프로젝트를 감독했다.

일본증권거래소그룹 종합기획부의 미와 미쓰오(三輪光雄) 국제 전략 담당 부장은 "미얀마 관계자들에게 주식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쳐야 했다"고 회고했다. YEX 지분 49%는 다이와ㆍ일본증권거래소그룹이 갖고 나머지를 미얀마 재무부가 보유한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다이와, 미얀마의 KBZ은행 등 증권거래 중개업체들은 지난 10월 거래 가승인만 받아놓았을 뿐이다. 미얀마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마웅 마웅 테인 재무차관은 YEX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당장 개방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기업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YEX의 향후 성공 역시 장담할 수 없다. 미얀마 당국의 고민은 YEX도 캄보디아ㆍ라오스 증시와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다이와의 다치카와 아쓰오(立川敦夫) 미얀마 사업 기획 담당은 "캄보디아ㆍ라오스 증시 모두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출범했으나 높이 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5년 전 문을 연 라오스 증권거래소에서 현재 거래되는 주식은 겨우 4종, 캄보디아 증권거래소의 경우 2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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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경제 규모는 캄보디아나 라오스의 3배를 웃돈다. 낙관론자들이 YEX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얀마는 2011년 개방경제로 돌아선 이후 4년째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경제개방 첫 해인 2011년 5.9%, 2012년 7.3%, 2013년과 2014년 각각 8.5%를 기록했다.

미얀마의 지정학적 위치도 매우 좋다. 중국과 인도의 접점에 자리잡아 양국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얀마 인구는 5574만명으로 세계 25위다. 그만큼 내수시장 규모가 크다. 미얀마는 인구 1인당 명목 GDP가 2011년 1000달러를 넘어 최빈국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1인당 명목 GDP는 1228달러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1년 미얀마의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 베트남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얀마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한다. 연간 쌀 수출량은 100만t이다. 생산력 제고로 수출량이 늘면 태국ㆍ베트남과 나란히 대표적인 쌀 수출 국가가 될 수 있다.

미얀마의 인건비는 베트남의 절반 수준이다. 미얀마가 섬유ㆍ봉제ㆍ신발 제조기지로 떠오를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 미얀마에는 금속ㆍ가스 같은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밀려드는 외국인 직접투자 덕에 올해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이 8.3%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도 비슷한 성장률이 예상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자리잡은 이머징ㆍ프런티어 시장 전문 조사업체 이스트캐피털그룹의 마르쿠스 슈베드베르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얀마의 경제적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평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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