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그리움의 힘…만일(萬一)의 약속展
삼성미술관 플라토, 임민욱 개인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최근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된 '1983년 KBS 이산가족 특별생방송 기록물'. 유산에 담긴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쟁과 분단으로 핏줄과 헤어진 채 통일이 되기도 전에 사라져가고 있는 한반도의 디아스포라. 그 당시 방송은 1만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의 상봉 장면을 담고 있다. 하나같이 기구한 사연을 지닌 인물들은 찰나로 지나치며 그렇게 역사 속에서 다시 잊혀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기록처럼, 이산가족의 아픔을 몽타주 분할 기법으로 마주하는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임민욱 작가(47)의 '만일(萬一)의 약속'이란 영상물이다. ‘만일’을 다시 기약하며 미디어의 제한된 프레임에 모두 담아낼 수 없었던 분단과 이산의 슬픔을 그려낸다.
임 작가는 1일 서울 중구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이 작품을 제목으로 삼아 개인전을 열였다. 그는 한국 사회의 숨가쁜 도시근대화 과정 속에 사라진 장소와 사람들, 그리고 시간에 의해 마모된 삶과 기억을 퍼포먼스와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독특한 방식의 영상으로 담아왔다. 이번 전시 역시 한국현대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전시에 등장한 또 다른 신작 '통일등고선'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지형을 등고선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 위에 남북한 대표 건축물을 표현한 '절반의 가능성'(2012년 작)을 떠받친 표면은 촛농으로 뒤덮여 있다. 작가는 "언제나 ‘어떤 중간’ 혹은 ‘가능성의 세계’ 위를 부유하는 분단의 현실 속에서 '통일등고선'은 어쩌면 실현될 수 있는 ‘만일의 약속’을 기원한다"고 했다.
'허공에의 질주'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에 그리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이산가족찾기’ 촬영현장을 모티브로 한다. 자연의 일부로 변형한 미디어 장치들은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 받은 애니미즘적 상상력의 산물이고 경계를 넘는 가능성의 세계를 재연한다. 마치 자연과 기계의 세계가 결합된 초현실적 방송국의 모습으로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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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화여대 서양화과에서 수학하고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조형예술 학교를 졸업했으며,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광주비엔날레, 이스탄불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으며, 2007 에르메스미술상, 2010 제1회 미디어아트 코리아상을 수상했다.
내년 2월 14일까지. 1577-7595.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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