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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란 휩싸인 천경자 '미인도' 진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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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정준모씨 "진품맞다" VS 유족들 "명예훼손 법적대응"

미술계, 미술품감정 문제해결 자정능력 보여줘야·'공론장' 마련 필요

지난 1991년 위작사건이 일어난 문제작 '미인도'.  출처=한국미술품감정협회

지난 1991년 위작사건이 일어난 문제작 '미인도'. 출처=한국미술품감정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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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로 일한 적이 있는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가 언론을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하자 천 화백의 유족 측은 명예훼손이라며 법적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 미인도를 둘러싼 24년에 걸친 위작 시비는 가닥이 잡히지 않은 채, 취약한 우리나라 미술 감정 제도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논란은 1991년에 시작됐다. 천경자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들어온 '미인도'를 보고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를 통해 '진품'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천 화백은 이에 반발해 절필을 선언한 뒤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위작 시비는 1999년에 다시 한 번 불거졌다.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권 모씨가 등장했다. 그러나 그가 그림을 위조했다는 시기는 미인도가 미술관 소장품이 된 시기와 맞지 않아 위작의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인도가 천 화백의 그림이라는 주장에는 불명확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가가 일관되게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했고, 당시의 그림 감정 체계가 불완전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천 화백의 유족들은 9일 정준모 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화가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 씨는 미인도 논란이 시작된 시기가 1991년 4월이지만 미인도는 1990년 금성출판사의 한국현대미술선집 11권에 수록됐고, 위조범 권씨가 원래 천 화백은 미인도 눈동자에 금분을 칠하지만 자신은 노란색을 썼다고 증언했지만 이는 작가가 금분 안료를 썼던 시기와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미인도는 위작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족측은 성명을 통해 "화집이 발간되기까지 현대미술관에서 미인도를 1980년 4월부터 10년간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었다"며 "현대미술관의 한 학예관이 천 화백에 대한 글을 그 화집에 게재하면서 미술관이 보관하고 있었던 미인도 사진을 출판사에 제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유족은 "정씨가 천경자가 인물의 눈동자에 금분을 쓴 것이 1980년대 중후반 이후에 나타나는 기법이라며, 1970년대 천경자는 인물 눈동자에 금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1977년 무렵 많은 여인상에 이미 금분을 사용했다"고 했다. 당시 미인도 감정 자체의 헛점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증언들도 나왔다. 사건이 발생한 초기, 감정에 참여했던 한 화랑 대표는 미인도가 위작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자,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천 화백 생전 교류가 있었던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지금 세태가 참 유감스럽다. 고인을 또다시 궁지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당시 감정에 참여했던 이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 지금은 제대로 진실을 가려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게 맞다. 미술계 내부의 자정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림으로 분석하지 않고 시점 등등 운운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김윤섭 미술평론가 역시 "현재 개인들의 의견들만 회자되고 있는데 이제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전문가들, 유가족들, 소장처인 국립현대미술관, 당시 감정에 참여했던 이들이 함께 모여 미술계 내부에서 진위를 가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미술감정에 대한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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