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천경자 화백 유족들 기자 간담회 열고 사망의혹 등 해명
미인도 위작 논란에 "진실 밝혀달라"
기자회견을 연 후 서울시립미술관 2층 천경자 화백이 기증한 그림들로 꾸려진 상설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는 유족들. 천경자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와 김씨의 남편 문범강씨 그리고 장남 이남훈씨(왼쪽부터)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고 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71) 씨를 제외한 유족들이 27일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지하 1층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천 화백의 장남 이남훈씨(68ㆍ건축가), 차녀 김정희씨(62ㆍ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김씨의 남편인 문범강씨(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 서재란(차남인 고 김종우씨의 미망인ㆍ세종문고 대표)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서울시립미술관 2층에 있는 천경자 상설 전시실에서 고인에게 헌화한 뒤 작품을 둘러본 다음 1시간 10여분 동안 기자회견을 했다.
유족들은 천 화백의 부고를 최근에야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미국의 뉴욕에서 천 화백과 함께 생활한 맏딸 이혜선 씨는 가족들에게 천 화백의 부음을 전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 "어머니를 어디에 모셨는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소장하고 있는 천 화백의 작품은 없다고 했다. 김씨는 "어머니의 그림을 두고 누구의 소유물이거나, 재산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남훈 씨는 작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천 화백의 작품을 "누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했다.
유족들은 서울시와 시립미술관이 천 화백의 부음을 전하지 않은 데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 공공기관에서 이렇게 하는 것은 어머니와 사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장녀인 이씨가 직접 소식을 가족들에게 전하겠다며 함구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한편 한 차례 위작 시비가 있었던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천 화백의 사위 문범강 교수는 과거의 위작 논란에 대해 "작가(천 화백)는 아니라고 하는데 기관(화랑협회, 감정위원회, 국립현대미술관)과 감정인들은 맞다고 했다. 기관에서 작가 한 사람을 누르는 건 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에 대해 작가가 위작 의혹을 제시하면서 시작된 논란은 미술관 측이 그림의 제작연도부터 소장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 일단락됐다. 그러나 천 화백은 작가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가짜를 진품으로 바꿔치기했다며 붓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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