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오주연 기자, 김혜민 기자]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군이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국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철강ㆍ정유ㆍ화학ㆍ기계 등으로 대표되는 이를 산업군은 1990년대 이후 신흥국 중에서도 고성장을 거듭했던 브릭스 지역에 투자를 집중했지만, 이들 나라들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수익성이 악화일로다. 여기에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공급과잉, 가격하락 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철강재를 생산ㆍ가공ㆍ판매 중인 포스코 중국현지 법인 18곳 중 30%가 넘는 6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강판을 생산ㆍ판매하는 '포스코(광동)스틸'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78억원, 209억원의 손해를 본데 이어, 지난해에도 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동차용 고급강판을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광동)오토모티브스틸' 역시 최근 2년간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또한 포스코의 중국내 스테인리스스틸(STS) 생산 거점인 '장가항포항스테인리스스틸'의 경우 2013년 한 해 동안 79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법인들의 실적이 악화되자 포스코의 중국내 지주회사 격인 '포스코차이나홀딩스'의 이익 규모도 2011년 145억원에서 지난해 8억8000만원으로 급감했다.

"아 옛날이여"…중후장대, 브릭스 황금시대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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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브라질에서의 사업도 별 반 다르지 않다. 포스코는 2012년 인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인도서부 마하라슈트라주(州)에 총 4200억원을 투자해 연산 45만t 규모의 자동차 및 가전용 강판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신흥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인도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마하라슈트라(POSCO Maharashtra Steel)'는 2013년 415억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26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 브라질 법인 또한 3개 중 2개 법인이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현대제철의 중국 청도 법인인 청도현대기계유한공사(청도현대)도 주력 제품의 판매량과 수익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청도현대는 516억원의 매출과 6억4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4년 전인 2010년 매출(1984억원), 순이익(61억원) 규모와 비교하면 매출은 4분의 1, 손익은 10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가 중국산 철강 공세에 국내 철강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업체들이 GM,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공장에도 강판을 공급할 정도로 품질력까지 갖춰가고 있어 국내 철강사들의 판매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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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ㆍ화학업종도 브릭스에서 맥을 못추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을 통해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4년간 브릭스 4개 국가와의 석유제품 수출물량 및 금액을 분석한 결과,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석유제품 대중수출 물량은 2011년 9191만배럴에서 2012년 8445만배럴, 2013년 7615만배럴로 감소하다가 지난해에는 6977만배럴까지 고꾸라졌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2011년 102억6600만달러에서 지난해 69억533만달러로 30% 이상 감소했다. 인도로 수출된 석유제품 물량 역시 2011년 664만배럴에서 지난해 484만배럴로 줄었고, 수출액은 10억5682만달러에서 6억3003만달러로 40%나 급감했다. 브라질 수출 물량은 최근 4년새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1년 948만배럴이 브라질로 수출됐지만 지난해에는 84만배럴에 그친 것. 금액으로 따지면 12억236만달러에서 1억725만달러까지 떨어져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러시아의 경우 2012년까지만 해도 101만배럴 정도를 수출했지만 2013년과 작년엔 수출 물량이 전무한 상황이다.

굴착기 등 중장비 사업은 특히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건설기계부문이 전체 실적의 75% 가량을 차지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로컬기업 싼이중공업에 밀려 중국 굴착기 시장 점유율이 2010년 15% 수준에서 최근 7~8%로 밀려났다. 같은 기간 싼이중공업의 시장 점유율이 6.6%에서 17%까지 올라선 것과 대비된다. 매출도 2011년 2조324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 9158억원에 그쳐 1조원대 아래로 추락했다. 설비능력 대비 생산실적이 터무니 없게 낮아지면서 가동률은 올 상반기 기준 2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국에 건설장비인 휠로더 생산법인을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 역시 올 상반기 134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로컬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기술력 모두 이미 한국 제품을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업체와의 가격 경쟁까지 더해져 국내 업체의 설땅이 좁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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