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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부채공화국의 덫과 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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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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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1130조원을 넘어섰다. 가구당 평균 1억원 이상의 빚을 진 셈인데 가계부채가 주택이라는 자산의 형태로 전환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채의 절대 규모가 문제라기보다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장기 경기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가처분 소득의 1.6배로 높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빚을 많이 진 것은 가계만이 아니다. 정부도 부채가 많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가 530조원이 넘었고 여기에 공공기관 부채가 역시 520조원을 넘어서 총 공공부문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고 있다. 정부도 가계도 빚이 많다 보니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은 부채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저절로 나온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은 1960년대 경제개발 초기부터 부채에 의존한 성장전략을 추진해왔다. 저축률이 3%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 산업시설과 인프라에 투자를 하려다 보니 재원이 없어 해외 상업차관을 무더기로 들여왔다. 그 과정에서 "부채도 자산이다"라는 주장과 '외채 망국론'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우여곡절 끝에 고도성장을 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차입경제 체질이 수십 년 계속되다 보니 부채 무서운 줄 모르는 국민적 DNA를 만들어 내는 부작용을 낳았다. 부채성장 전략이 대형사고로 이어진 대표적 사건이 바로 1997년 외환위기다. 당시 대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평균 500%가 넘어 체질이 극도로 취약했는데 아시아 외환위기라는 외부요인과 겹치자 수많은 대기업들이 한계상황에 몰려 부도를 내고 쓰러진 것이다.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큰 위협요인은 국가부채나 가계부채보다는 기업부문 부채라고 할 수 있다. 국가 부채는 국채를 발행해 메우기 때문에 장기적인 현상이다. 가계부채 역시 정부가 수습해 나갈 여력이 있다. 반면 기업부채는 대내외적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단기적이고 급격하며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한계에 부딪히고 내수부진까지 겹치면서 재무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접어든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가 갑자기 악화될 경우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부실이 다른 기업과 산업으로 파급되며, 기업 부실이 곧바로 금융기관 부실로 연결돼 금융긴축(credit crunch)이나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 뿐인가. 기업들이 부도를 내기 시작하면 실업자가 양산되어 가계부채까지 한층 더 악화될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대기업들에 대한 재무건전성 점검에 나서고 금융감독원이 41개 대기업들을 주(主)채무계열로 선정해 이 가운데 11개 계열을 대상으로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금감원이 연내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회생이 어려운 이른바 '좀비기업'을 선별해 신속히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기업부채에서 비롯되는 위기의 급격한 단기성과 의외성, 금융산업으로의 확산성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적 내수불황에 더해 갈수록 깊어지는 수출 부진, 여기에 미국의 연속적 금리인상이나 글로벌 위기요인이라는 삼박자가 겹칠 경우 체질이 약한 사람이 먼저 바이러스균에 노출되는 것처럼 부채의 덫에 빠진 한국 경제가 예기치 못한 급박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기업부문 위기대응 체제에 나선 금융당국은 차제에 금융산업의 정비에도 손을 써야 한다. 은행의 주 수입원인 순이자마진(NIM)이 극도로 낮고 바젤Ⅲ가 도입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외부충격이 발생할 경우 은행을 통한 주거래기업 관리는 비효율적이다. 대기업 집단에 대한 채권 은행단이 수십 개나 돼 이해조정이 쉽지 않은 데다 문제기업에 추가 대출을 해줄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부채가 좀 많더라도 사업 내용이 우량한 기업을 즉시 인수해 회생시킬 수 있도록 국민연금을 활용한 대형 사모투자펀드(PEF)의 육성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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