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 근거법령 1272개…일년 전보다 158개 증가

주민번호 수집 제한 정보보호법 취지 무색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법적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지난해 시행됐지만 이후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법령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구잡이식 주민번호 수집과 활용을 제한한다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 개인정보 수집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각종 법령에 수집 근거규정을 넣은 것이다. 정부 기관이 개인정보보호를 외면한 채 행정편의만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와 여야 일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주민번호 수집 근거규정이 명시된 각종 법령(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은 1272개에 달했다. 일 년 전(1114개)보다 158개 증가했다. 이 가운데 법률은 85개에서 111개로 늘었으며 정부가 개정권한을 갖고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각각 565개와 596개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각각 498개와 531개로 집계됐다. 같은 해 8월 7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시행에도 불구하고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행정관행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3일 이와 관련해 "각종 법령 주민번호 수집근거를 두도록 한 것은 더 이상 주민번호를 무분별하게 수집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인데,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법령이 늘어난 것은 이 같은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행자부(당시 안전행정부)는 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135개 대통령령에 주민번호 수집 근거 규정을 넣는 일괄정비를 단행한 바 있다.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법령은 금융, 온라인거래 등 민간영역이 아닌 행정과 같은 공공영역에서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행자부 소관 시행규칙인 '비영리법인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신청할 경우 대표자 주민번호를 기입하도록 했다.


국회 관계자는 "증가분의 80% 이상이 공공영역과 관련된 법령"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관이 개인정보보호보다 행정편의를 중시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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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의 개선 의지가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해 말 주민번호 수집이 필요 없는 30개 법령을 선정해 소관 부처에 통보했지만 겨우 4개 법령만 개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에 주민번호를 대체하는 다른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비롯해 전자금융거래법을 정비해야 하지만 정부부처가 아직까지 미온적이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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