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식 '투명경영' 가속화 기대
신격호 '韓·日 셔틀경영' 대신, 세계로 뛰는 '서클경영'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신동빈 롯데 회장이 한·일 롯데 '원톱' 체제를 공식화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핵심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일본 롯데 지배구조 개편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을 무사 통과시키며 신동빈 식 '투명경영' 막이 올랐음을 알렸다. '황제경영, 밀실경영, 폐쇄된 지배구조'로 대변되던 신격호 총괄회장 시대가 저문 것이다.
17일 롯데그룹은 이날 오전 9시30분 개최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상정된 두 안건이 무난히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 중 사외이사 선임안은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안건으로, 신 회장이 일본 롯데 주주들에게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과거 '폐쇄적 지배구조, 황제경영'으로 대변되던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체제를 종식시키고 신동빈 식 투명경영을 중심으로 하는 2세 경영체제를 본격 맞이하게 됐다.
신 회장은 아버지와 달리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통한 투명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또 기존 식품, 제과사업 뿐만 아니라 화학, 금융사업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어 신 총괄회장 때와 180도 다른 롯데그룹으로 변모할 것이 기대된다.
신 총괄회장은 1964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 정부가 재일 동포 기업인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한 것이 발단이 돼 한국 롯데를 설립했다. 주특기이자 핵심사업인 제과와 식품에서 시작한 롯데는 1979년 호텔롯데 완공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재계 서열 5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롯데는 한·일 이중국적을 활용한 조세특혜, 정경유착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특유의 '밀실경영, 황제경영'으로 인해 '덩치만 재계 5위, 속은 구멍가게'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신 총괄회장의 구시대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국면까지 치달은 것이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하듯 신동빈 회장은 지난 11일 대(對)국민 사과에서 신 총괄회장이 반대했던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고리 100% 해소 등을 약속했다. 이날 일본 롯데 주총에서도 사외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키며 신동빈 식 투명경영 기틀을 마련했다.
사실상 신동빈의 '원 롯데'체제가 확정됨에 따라 앞으로 그가 어떤 롯데를 만들어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노무라 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한데다 최근 맨해튼의 랜드마크 호텔까지 인수한 것에 비춰 아버지처럼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경영'보다는 세계로 보폭을 넓힌 '글로벌 경영'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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