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의 축구와 사람
2. 미드필더 조광래, 국대감독 조광래
[아시아경제]
울리 슈틸리케는 한국 축구,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대한축구협회가 찾아낸 인물이다. 슈틸리케가 부임하기 전까지 한국 축구는 참담한 실패의 후유증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이 시기는 허정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한 뒤에 시작되었다.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이 진정 성공이었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문제는 논쟁을 남겼다. 이 논쟁에는 대표팀이 8강 진출도 가능했으리라는 아쉬움과 1승 1무 1패(그리스 2-0 승리ㆍ아르헨티나 1-4 패배ㆍ나이지리아 2-2 무승부)라는 조별리그 성적이 16강을 성공으로 자랑할 수 있을 만큼 인상적이었느냐는 회의가 버무려진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토고, 프랑스, 스위스를 맞아 1승 1무 1패(토고 2-1 승리ㆍ프랑스 1-1 무승부ㆍ스위스 0-2 패배)를 기록했다. 허정무팀이 기록한 조별리그 전적과 같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아드보카트팀은 세 골을 넣고 네 골을 잃었다. 반면 허정무팀은 다섯 골을 넣고 여섯 골을 잃었다. 우루과이에 1-2로 진 16강전 전적을 포함하면 승률과 득실 차가 더 나빠진다. 어찌 됐든 대표팀은 2010년에 사상 처음으로 나라 밖에서 벌어진 월드컵에 참가해 16강 진출을 이루었다는 점을 위안 삼으면서 철수했다. 그러나 이후 소용돌이가 기다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0년 7월20일 대한축구협회가 조광래를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에 내정했다는 사실이 여러 언론매체를 통하여 보도되었다. 이튿날 축구협회는 공식적으로 조광래를 대표팀 감독에 선임하고 그의 대표팀 감독과 경남FC 감독 겸임을 허용했다. 축구협회의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선수와 지도자로 경험이 풍부하고, 프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검증이 된 조 감독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안양 LG 감독 재직 시 김동진, 이청용 등 어린 선수를 발굴해 육성했고, 경남에서도 유망주 위주로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잉글랜드, 독일, 브라질 등에서 연수를 받으며 세계 흐름을 잘 익혔다는 점도 호평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조광래는 성취욕이 강한 인물로서 자의식과 자존심이 강하고 책임감도 남다르다. 적어도 내가 만나본 조광래는 투지가 강하고 지적인 지도자로 적절한 지원과 행운이 따라 주었다면 그와 한국 축구의 운명도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고 강한 성격은 적을 만들고 부채가 되어 돌아왔다. 내가 보기에 '선수' 조광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의 미드필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 기술과 시야라는 면에서 조광래는 당시 대표팀의 미드필더 가운데 최고였다. 팀에 대한 헌신이라는 면에서는 허정무와 난형난제일 만큼 정신력이 강했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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