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출 '범어사 칠성도' 오는 13일 돌아온다

'범어사 칠성도' 일부, 치성광여래·일광보살도·월광보살도, 1861, 비단에 채색, 84×55cm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조선후기 불화 '범어사 칠성도'가 오는 13일 스위스에서 돌아온다. 부산 범어사는 14일 오전 10시 일주문과 보제루 앞마당에서 사대부중 3000여명을 초청해 봉안식을 거행한다.

1861년 범어사 극락암에 봉안됐던 '범어사 칠성도'는 한국전쟁 혼란기인 1950~1960년대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해외 경매시장에 출품된 한국문화재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이 칠성도가 스위스 취리히 소재 콜러 옥션(Koller Auktionen) 리스트에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이에따라 범어사와 협의해 전문가에게 의뢰해 불화의 진위와 가치를 평가했다. 당시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즉시 종무회의를 열어 “비용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반드시 모셔와야 한다”며 칠성도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단과 협의해 스위스 현지에 관계 스님을 파견해 환수에 나섰다. 이어 지난 6월 3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열린 옥션에서, 사라진 해당 칠성도(七星圖) 3점(비단에 채색, 55×84㎝)을 7만8500 스위스 프랑(한화 9400여 만원·경매수수료 포함)에 낙찰받았다. 이 작품은 이날 경매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더불어 향토기업인 (주)삼정기업(회장 박정오)는 부산의 명찰 범어사에서 귀중한 문화재를 환수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인 자비희사의 뜻을 밝혔다. 범어사는 종무회의를 통해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앞으로 범어사에서는 부산시와 협의하여 시 지정문화재로 등록하고, 빠른 시일 내 독립 공간인 '칠성각'을 건립해 봉안할 계획이다.

칠성도(七星圖)는 북두칠성을 비롯하여 하늘의 여러 별들을 형상화한 칠성신을 그린 불화다. 북극성을 여래화한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를 주불로 하여 그 협시보살인 일광(日光)·월광보살(月光菩薩), 그리고 7성(七星), 즉 북두칠성의 화현(化現)인 7여래(七如來)와 7원성군(七元星君)이 그려졌다. 주로 칠성각(七星閣)에 봉안되지만, 산신, 독성과 함께 삼성각에 봉안되기도 한다.

칠성은 원래 천체를 신앙하는 도교와 관련된 민간신앙의 신이었으나 불교로 수용되면서 인간의 수명과 재물을 관장하는 신의 성격을 갖게 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민간신앙의 유행과 함께 칠성각이 많이 건립되었다. 칠성각은 우리나라 사찰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전각으로, 칠성각 건립과 칠성도의 유행은 불교가 민간신앙과 융합되어 토착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칠성과 북극성 신앙이 반영된 조선후기 불화인 범어사 칠성도는 당시 사찰에서 매우 중요한 예배대상이었다. 불교문화재 전문가인 동국대 문명대 명예교수는 “칠성도는 조성연대와 제작처, 화승, 봉안처 등 조성유래를 확실히 알 수 있고, 짜임새 있는 구도와 단아하면서 건장한 불상의 형태, 칠성도의 중심인 치성광삼존도가 남아있는 점 등으로 볼 때 19세기 후반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며 매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