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 갤럽은 1988년 제 13대 노태우 대통령 취임부터 데이터를 갖고 있다.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지지율이 제일 높았던 대통령과 지지율이 낮았던 대통령은 한 사람이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인물은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불과 십여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 기습적으로 하나회 출신 육군 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해임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하나회 출신 수도방위사령관과 특전사령관 등 군 요직은 물론 12ㆍ12쿠테타 관계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해 정치군인을 퇴출시켰다. 같은해 8월12일 김 전 대통령은 저녁 8시에 긴급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해 금융실명제 실시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정경유착의 발본색원을 목표로 한 금융실명제는 국민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취임 5년차가 된 1997년 김 전 대통령 지지율은 차남 김현철이 뇌물수수 및 권력남용 혐의로 체포되면서 급락한다. 외환위기까지 발생하며 경제 상황이 최악을 치닫자 1997년 4분기 지지율이 6%로 떨어졌다. 갤럽이 조사한 역대 대통령 분기 단위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부정평가는 무려 74%였다.
1988년 이래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역대대통령 지지율은 재임 기간 중 대체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취임 첫해 높았다 해가 갈수록 하락세를 보여 퇴임을 전후했을 때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식이다. 여기에는 레임덕에 빠져 권력을 잃은 대통령의 권위 만큼이나 고질적인 측근비리 등도 크게 한몫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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