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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샘]우리는 누군가의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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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샘'은 시를 읽으며 샘물처럼 영감을 길어올리는 것(詩샘)을 뜻하기도 하고, 빛나는 언어에 감동을 넘어 시샘하는 마음까지를 담은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는 높이 밤마다 우리를 올려다보는 다른 존재들의 하늘이리라. 그곳의 시인들은 우리를 칭송할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우러러 기도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에게 결코 이르지 못하는 낯선 저주들의 목표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이 외로이 울 때마다, 우리의 높이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신의 이웃인지도 모른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분수들에 대하여' 중에서

이 시가 이해되는가. 좀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 얘기를 찬찬히 들어보라. 이 작품은 릴케의 '서시(序詩ㆍ이니시알)' 다음에 씌여진 시이다. 서시에는 분수(噴水)이야기가 담겨 있다. 분수가 하늘로 치솟았다가 고개를 꺾고 돌아오는 장면을 오래 쳐다본 뒤, 그것을 인생의 몸부림으로 읽어냈다. 내려올 줄 알면서도 하늘로 끝없이 올라가려고 하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좌절하여 눈물처럼 떨어지는 것이 흡사 인생의 축도(縮圖)같지 않은가. 이 시 '분수들에 대하여'는 그 다음의 황홀한 깨달음이다. 릴케는 분수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위대한 역발상을 해낸다. 우리가 별을 쳐다보면서 그것이 하늘에 있다고 생각하고 우러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 별들 속에 있는 어떤 존재는 내가 서 있는 이 지구를 하늘의 별로 여기고 우러러 보며, 나를 향해 기도를 하거나 원망을 퍼붓거나 하고 있지 않겠는가. 저 별들이 별이 아니라, 저 별들이 바라보는 여기 내가 발 디딘 곳이 저 별들의 별이라는 생각. 그래서 나를 바라보며 눈물짓고 분수가 솟아오르듯 내게 닿고자 하며 그리움과 서러움을 저 먼 곳에서 쏘아 올리고 있지 않겠는가. 저들에게 나는 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존재이며, 나 스스로가, 누군가의 위대하고 영원한 신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바로 릴케라는 별, 우리라는 별의 정체이다.




빈섬 이상국(시인ㆍ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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