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너 마리아 릴케 '분수들에 대하여' 중에서
이 시가 이해되는가. 좀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 얘기를 찬찬히 들어보라. 이 작품은 릴케의 '서시(序詩ㆍ이니시알)' 다음에 씌여진 시이다. 서시에는 분수(噴水)이야기가 담겨 있다. 분수가 하늘로 치솟았다가 고개를 꺾고 돌아오는 장면을 오래 쳐다본 뒤, 그것을 인생의 몸부림으로 읽어냈다. 내려올 줄 알면서도 하늘로 끝없이 올라가려고 하는 모습, 그리고 마침내 좌절하여 눈물처럼 떨어지는 것이 흡사 인생의 축도(縮圖)같지 않은가. 이 시 '분수들에 대하여'는 그 다음의 황홀한 깨달음이다. 릴케는 분수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위대한 역발상을 해낸다. 우리가 별을 쳐다보면서 그것이 하늘에 있다고 생각하고 우러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 별들 속에 있는 어떤 존재는 내가 서 있는 이 지구를 하늘의 별로 여기고 우러러 보며, 나를 향해 기도를 하거나 원망을 퍼붓거나 하고 있지 않겠는가. 저 별들이 별이 아니라, 저 별들이 바라보는 여기 내가 발 디딘 곳이 저 별들의 별이라는 생각. 그래서 나를 바라보며 눈물짓고 분수가 솟아오르듯 내게 닿고자 하며 그리움과 서러움을 저 먼 곳에서 쏘아 올리고 있지 않겠는가. 저들에게 나는 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존재이며, 나 스스로가, 누군가의 위대하고 영원한 신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바로 릴케라는 별, 우리라는 별의 정체이다.
빈섬 이상국(시인ㆍ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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