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한약 복용 4개월 뒤 사망, 한의사 손배책임 인정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대법 "유족에 2억6000만원 지급해야"…양방치료 중단 권유, 증세악화 방치 혐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한약을 두 달간 복용하면서 황달과 간 기능 손상 등의 증세가 발견된 환자가 4개월 뒤 숨을 거뒀을 경우에도 한의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상훈)는 박모씨 유족이 한의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에게 모두 2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박씨는 평소 접촉성 피부염 등으로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중 2009년 1월9일 한의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A씨는 소화기 장애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이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양방 치료 및 양약 복용을 중단하고 1년간 한약을 복용하면 완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대법원

AD
원본보기 아이콘

박씨는 1월10일부터 3월9일까지 다른 병원 치료는 받지 않고 한의원에서 조제한 한약을 매일 복용하며 침과 뜸 치료 등을 병행했다. 박씨는 3월2일 눈동자와 소변이 노랗게 되는 황달 증세가 나타나자 A씨에게 이를 호소했으나 변비로 인한 독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씨는 황달 증세가 더욱 심해지자 3월9일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80~90%의 간 기능 상실 등 심각한 간 기능 손상이 발견됐다. 박씨는 3월10일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옮겨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뒤 입원치료를 받아오던 중 2009년 7월 간 이식 수술 부작용 등으로 사망했다. 박씨는 한약 복용을 중단한지 4개월 후 숨을 거뒀다.
박씨 유족은 한의사 A씨가 장기간 한약 복용시 황달, 간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지 않았고, 양방병원으로 치료를 권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과실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장기간 한약 복용에 의한 간기능 손상 및 위험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면서 “간기능 이상의 원인과 증상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전원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1심은 박씨 측에도 간 기능 검사를 스스로 받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을 일부 인정해 A씨 과실책임을 80%로 제한했다. 1심은 A씨가 박씨 어머니에게 1억4700여만원, 아버지에게 1억1300여만원 등 모두 2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박씨가) 한약을 투약한 기간은 약 두 달간 매일 복용하는 것으로서 이로 인해 신체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컷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는 박씨가 두 차례 복용한 해열제 때문에 간 손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의료과실에 관한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과실과 상해나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고 해 민사책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피고의 과실과 이 사건 사망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尹, 거부권 가닥 김호중 "거짓이 더 큰 거짓 낳아…수일 내 자진 출석" 심경고백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국내이슈

  • "눈물 참기 어려웠어요"…세계 첫 3D프린팅 드레스 입은 신부 이란당국 “대통령 사망 확인”…중동 긴장 고조될 듯(종합)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해외이슈

  • [포토]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 [포토] 검찰 출두하는 날 추가 고발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포토PICK

  • 기아 EV6, 獨 비교평가서 폭스바겐 ID.5 제쳤다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이란 대통령 사망에 '이란 핵합의' 재추진 안갯속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