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보고서 "자본시장 규모 차이가 성장률 격차로…파편화된 EU 투자여건 美보다 불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해 유럽연합(EU) 경제성장률은 1.4%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두 배 가까이 더 높은 2.4%를 기록했다.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처지는 이유가 자본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금융시장협회(AFME)와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공동 조사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EU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7조유로 정도로 비슷하지만 투자가능한 자산 규모는 미국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투자 자산 규모차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미국과 EU의 구조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8개 연합체 형태인 EU의 투자 여건이 미국보다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AFME와 BCG는 이를 파편화로 설명하며 유럽 시장은 근본적으로 파편화돼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받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유럽 시장 통합을 재차 강조하는 상황에서 AFME와 BCG가 집행위원회 입장을 지지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가능한 자산 규모는 미국이 49조유로 수준으로 EU의 30조유로에 비해 훨씬 많다.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 규모도 차이를 보였다. 미국 주식시장에 19조유로가 유입된 반면 유럽 주식시장에 투자 규모는 절반 수준인 10조유로에 불과했다.


AFME의 사이먼 루이스 위원장은 "유럽의 자본시장 규모가 작아 유럽 경제성장률을 제한하고 있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기업 자기자본의 부족이며 이는 특히 중소기업들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의 부족은 기업가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하며 이는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BCG의 필립 모렐 파트너는 "투자자들은 유럽의 파편화된 시장을 싫어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에 투자하면 하나의 규정과 시스템에 맞추면 되지만 유럽에서는 28개 국가를 모두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한 투자자들도 유럽 투자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시장의 파편화를 꼽았다. 투자자들 중 65%는 시장의 파편화를 지적하며 시장간 차이점에 대한 정보와 이해 부족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60%는 규정의 차이를 꼽았고 거시경제 전망도 투자 부진의 원인이 된다는 응답률도 40%를 기록했다.


유럽의 자본시장 시스템이 더 후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유럽에 비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형 기업들에 대한 투자금 규모는 유럽이 2조유로 수준으로 미국의 1조2000억유로보다 많다. 하지만 유럽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은행 대출을 통해 자본을 확보했다. 반면 미국은 사모투자와 벤처캐피털, 연금펀드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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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미국 중소기업들은 사모투자와 벤처 캐피털로부터 4880억유로를 투자받은데 반해 유럽 중소기업들이 투자받은 금액은 2450억유로에 불과했다. 미국 기업들이 개인투자자로부터 조달한 투자금의 비중 33%였던 반해 유럽 중소기업들은 그 비중이 9%에 불과했다.


장기 투자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주는 연금시장 규모도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연금시스템 규모가 14조9000억유로의 투자금을 제공해주고 있는 반면 유럽은 4조3000억유로에 불과했다. 연금과 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도 유럽이 37%로 미국의 53%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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