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은 잊어라"‥진화된 이야기기법 '스토리스케이핑'
개스터 레고부루·대런 매콜의 '스토리 스케이핑'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중국산 신발이 싸다고 무작정 사지는 않는다. 농구 팬이라면 여전히 '에어조던 시리즈'를 갖고 싶어 한다. 이들은 굳이 신발을 신지 않더라도 신발을 사 모으는 것 자체를 즐긴다. 농구광들은 신발에 결합된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라는 스타의 매력과 스토리를 향유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최근 스토리텔링이 문화콘텐츠 육성의 첩경으로 인식돼 각종 지원책이 난무한다. 또한 스토리를 독자적인 산업으로 운위되는 실정이다. 마케팅 전문가라면 기업, 브랜드 등 상품과 서비스에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막대한 돈을 들여 스토리를 만들고 포장하고, 광고와 홍보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무차별 살포하 듯 전달한다.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별 감흥을 못 느낀 탓이다. 소비자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일방적이고, 평면적이고, 강압적인 메시지 전달에 감동할 사람은 드물다. 또한 매스미디어라는 전달 경로, 방식에도 식상해졌다. 이에 "스토리텔링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하는 이들이 있다.
개스턴 레고부루와 대런 매콜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스토리스케이핑'을 주창한다. 스토리스케이핑(storyscaping)이란 용어는 신조어다. 따라서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각각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을 주로 수행하는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 사피엔트니트로의 글로벌 브랜드 수석 전략가, 크리에이티브 최고 책임자다. 두 사람은 '스토리케이핑'이라는 책에서 스토리텔링의 진화된 새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스토리스케이핑의 사례로 세계 최고 브랜드로 일컫는 나이키, 코카콜라, 디즈니, 해리포터 시리즈, 아메리칸 걸 등을 꼽는다. 이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고 유일무이한 ‘신세계’를 창조해냈다고 평가한다.
일례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베팅 회사인 래드브룩스는 1886년 영업을 시작한 이래 한 때 소매점 3000개를 거느린 업계 1위를 구가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나타나 ‘가입하면 공짜 베팅 10회 제공’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시장을 잠식했다. 래드브룩스는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기고 모두들 공짜 베팅 제공에 매달릴 때 대반격을 시작했다. 래드브룩스는 2009년 ‘사람들이 왜 경마나 축구 경기에 베팅을 할까?’라는 질문에 ‘소비자들은 베팅을 통해 짜릿함과 흥미진진함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래드브룩스는 흥미를 높이기 위해 고객들이 배당률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또 언제 어디서나 베팅을 할 수 있는 모발일 베팅 시스템도 만들어 냈다. 이에 단순히 축구 경기의 최종 스코어만이 아니라 경기 도중 일어날 수 있는 700가지 이상의 세분화된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래드브룩스는 ‘베팅의 흥미진진함’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회원 가입을 끌어올리고 업계 1위 자리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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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리조트는 2010년에 탑승권에 칩을 내장, 고객들에게 고도와 스키장 코스, 날씨 등을 알려주며 고객들의 모습을 자동으로 촬영해주는 ‘에픽믹스’ 시스템을 만들었다. 고객들이 스키를 타는 동안 에픽믹스는 고객의 역동적 모습을 촬영한 다음 리프트 탑승권에 내장된 칩을 통해 고객들의 계정에 사진을 자동으로 업로드해준다. 고객들은 자신의 짜릿한 순간을 스마트폰을 통해 바로 SNS에 올리며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해 나갔다. 또 베일 리조트는 자신의 경주 기록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의 경주 기록과 비교할 수 있는 ‘에픽믹스 레이싱’ 시스템을 도입했다. 베일 리조트는 이처럼 새로운 몰입 경험과 신세계를 창조해 50만명이 넘는 회원들을 끌어 모았다.
'스토리 스케이핑'은 스토리와 경험, 가치를 토대로 브랜드와 소비자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브랜드가 사람들의 스토리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사람들이 브랜드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스토리스케이핑 전략은 입체적이며, SNS를 통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며, 고객이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며, 그들과 깊은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저자들은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주인공이 되는 능동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스토리텔링은 몰입 경험을 창출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설파한다.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야할까 ? 해답은 가격도 스토리텔링도 잊을 수 없는 고객 경험도 아니다. 즉 ‘스토리스케이핑’에 있다. <개스터 레고부루·대런 매콜 지음/박재현 옮김/이상 출간/값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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