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초고층빌딩<5>높이의 경제학
-토지의 효율적 활용 위해 필요하지만 주변 건물·지하철 등 고려할 요소 많아
-국가 차원의 안전관리체계 뒷받침돼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제주시 노형동에 들어서는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프로젝트'의 시행사는 지난해 11월 건물 높이를 58층(218m)에서 38층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당초 계획과 달리 168m까지 건물 높이가 낮아진다. 콘도(850)와 호텔(776실) 객실 수도 452실이 줄어든다. 2009년 건축 인·허가를 받고 착공 단계에 있었지만 지난해 7월 취임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초고층 호텔 건립에 반대하자 백기를 든 것이다.
초고층 빌딩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초고층 빌딩 건설 붐이 경제 위기를 불러온다는 '마천루의 저주'부터 "주변 경관을 해치는 흉물이다", "돈을 벌어다주는 관광자원이다" 등의 다양한 주장이 얽혀있다. 얼마 전 지방자치단체에 밀려 개발 계획을 변경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초고층 빌딩에 대한 엇갈린 시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원희룡 지사는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건설 반대 이유로 제주 도심에 200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해안선에서 한라산에 이르는 경관을 해친다는 점을 들었다. 제주도 전체 토지 이용과 경관 계획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수의 제주도민들도 도지사의 의견을 환영했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를 거친 1조2000억원짜리 인·허가를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되돌렸다는 것은 '선거 리스크'에 흔들리는 씁쓸한 현주소를 말해준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초고층 빌딩이 앞 다퉈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아시아 등 도시화가 진전될수록 더욱 그렇다. 경제가 발달될수록 도시화되고, 도심에 인구가 몰리면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위해 수직 공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초고층은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일종의 시대 흐름이 된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초고층 빌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주변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 부가가치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만큼 투자 대비 효과가 있어 초고층 빌딩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땅 속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초고층 빌딩의 시공기술력만 믿고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초고층 빌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요인 중 하나가 '안전'이어서다. 대부분의 초고층 빌딩이 도심지에 위치하다보니 안전 문제는 더욱 민감한 이슈가 됐다.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건물 전체 구조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서울시의 안전 점검 결과 발표에도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창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반연구소 박사는 "도심 구역에선 아무래도 주변 건물이나 지하철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면서 "건설 현장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고려해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나 법·제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도심지 지하개발이 늘고 매설물이 노후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하공간의 안전 문제에 대해 국가 차원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부처에서 관리 중인 상하수도·전력·가스 등 지하시설물과 지반 관련 정보 15종을 통합, 2017년까지 3차원(3D)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구축하기로 했다. 통합 정보는 지자체와 개발 주체에게 제공된다. 또 특별법을 만들어 대규모 지하공간을 개발하기 전에 지하수와 인근 지방, 시설물 안전성을 사전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지자체는 인·허가 전에 분석 결과를 확인하고 개발이 끝난 후 검증·보완해야 한다. 시공 대상 시설물의 안전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각종 설계·시공 기준을 공사현장 주변의 안전까지 고려하도록 개선하기 위해서다. 최 박사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반침하 예방대책' 가운데 지반을 굴착할 때 지하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도록 한 부분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종합 대책이 실행되면 안전성 우려를 충분히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