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금연 실패…'식후땡' 습관부터 끊어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향초를 켜 방안의 담배 냄새를 없앴다. 흡연으로 인해 찌든 낡은 옷도 세탁소에 맡겼다. 금연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먹는 금연치료제도 처방받아 구입했다. 을미년 새해 첫날 금연에 돌입한 직장인 김모씨(34, 여)는 이번에도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야심차게 금연을 시작했지만 금연 사흘만에 술자리에서 담배를 꺼내 물어든 것이다. 한 번 무너진 금연 다짐은 이후부턴 속수무책이다. 김씨는 담배 한 개피의 유혹을 참지못하고 다시 흡연족 대열에 합류했다.
#2. 22년차의 베터랑 홍보맨 박모씨(50)도 올해 다시 금연을 시작했다. 담뱃값 2000원 인상이 못마땅해서다.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태우기가 싫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매일 한 갑 가량의 담배를 태운 박씨는 2년 전에도 9개월간 금연에 성공한바 있다. 33년 애연 인생에서 흡연을 중단한 기간은 15개월. 그동안 간헐적 금연을 거듭한 박씨는 "딱 한 개비가 문제"라고 말했다. 금연 7일째를 버틴 노하우는 금연보조제였다.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니코틴 함유가 가장 큰 금연패치를 하루 종일 붙인 결과 어느 정도 참을만 했다. 박씨는 금연과 운동을 병행 중이다. 그는 "과거 금연 후 2주가량이 지나고 나니 운동할 때 시커먼 가래가 나왔다"면서 "내 몸이 정화되는 것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흡연족의 새해 목표 1순위 금연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흘마다 새로 마음을 먹어도 '딱 한 개피'의 유혹에 넘어가 담배연기에 몸을 맡기기 쉽다. 흡연은 금단현상 때문에 계속해서 담배를 태우게 되는 의존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마음 먹은대로 끊기가 어렵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흡연, 자주 재발하는 만성질병 = 흡연은 행위 자체가 습관이다. 인체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몸과 마음에 행동이 남아있는 습관화가 이루어진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집에 가는 길을 무의식적으로 기억하거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가 대표적인 습관화다. 흡연의 경우 하루 담배 한 갑(20개비)를 태운다고 가정하면 20년간 100만번 이상의 흡입이 이뤄진다. 커피를 마시거나 식후,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등 습관적인 흡연이 고착화돼 담배를 끊기 어렵고 금연 후에도 다시 찾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선 흡연을 '자주 재발하는 만성질환'이라고 정의했다.
담배의 주요 성분인 니코틴의 의존성도 금연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50년에 걸쳐 의존성에 대해 추적 연구한 결과 담배는 3분의 2 가량이 의존성을 나타냈다. 알코올은 참가자의 20~25%, 마리화나는 10% 가량만 의존했다. 이 때문에 금연 성공률은 매우 낮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따르면 1년간 금연 성공률은 3~5%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3분의 1 가량이 1년 후 다시 흡연을 시작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이철민 교수는 "담배는 끊기 어려운 것이 정상"이라며 "금연을 하려는 의지와 주위 환경을 조절하는 노력,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에는 금연이 더욱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연구팀이 남녀 흡연자 3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대부분의 여성이 월경 후 난포기가 시작되면 호르몬 분비가 변화하고, 호르몬이 금단현상을 느끼는 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연을 더욱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고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는 중간황체기(월경 전)에 담배에 대한 열망을 다스리기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금연보조제 안전할까? = 금연이 니코틴 의존성 때문에 어려운 만큼 니코틴 대체제와 같은 금연보조제를 사용하면 금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니코틴 대체제는 패치와 껌이 있다. 특별히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에 여러 번 실패했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니코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담배처럼 짧고 강한 자극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금연 성공률은 15~20% 정도 된다. 패치를 붙이고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을 오히려 더 많이 흡수하는 결과를 낳는다.
웰부트린(GSK)과 챔픽스(화이자)와 같은 먹는 금연치료제도 효과적이다. 니코틴 수용체에 니코틴 대신 작용해 니코틴이 들어간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짜증 같은 금단 증상이 적다. 다만 약물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는 보건소나 동네 병의원을 방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금연클리닉을 이용한 흡연자의 6개월 금연성공률은 50%에 달했고, 미국 마요클리닉의 금연프로그램 성공률(6개월)도 49%였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담배를 끊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로 금연보조제를 사용하는 것은 적극 권장된다"면서 "니코틴 의존도나 금연약의 부작용 검사 등이 필요한 만큼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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