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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아프리카' 현대미술전…탈식민·다문화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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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케이브(미국)의 비디오 작품 '사운드 수트'

닉 케이브(미국)의 비디오 작품 '사운드 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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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쇼니바레(나이지리아), '흙(earth)'

잉카 쇼니바레(나이지리아), '흙(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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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아프리카계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아프리카의 전통 민속품 등을 소개하는 행사들은 종종 있었지만 아프리카의 '현대미술'을 조망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흑인'에 대한 편견이 많은 사회적 분위기와 보수적인 미술계의 풍토에서 아프리카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피고 고찰해보는 자리가 부족했던 탓이다. 비서구권의 시각 예술이 활발히 소개되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도 이번 전시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아프리카 나우(Africa Now)'라고 제목을 붙인 이번 전시는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3층에서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에 뿌리를 두고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제국주의와 식민정책으로 점철된 서구의 근대사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이산)의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후기식민시대 아프리카 대륙 내의 민족주의나 종교분쟁에 관한 서사를 다룬다. 작가 20여명의 회화, 조각, 설치, 영상작품 등 10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
참여 작가는 곤살로 마분다, 조디 비버 등 아프리카에 거주하면서 후기식민시대 민족주의나 종교분쟁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작가들,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계 작가인 존 아캄프라, 잉카 쇼니바레, 크리스 오필리, 미국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티에스터 게이츠, 케힌데 와일리, 행크 윌리스, 토머스, 닉 케이브 등이다.

우선 2층 전시장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만나게 되는 작품은 퍼포먼스 아티스트인 닉 케이브가 제작한 '사운드 수트'라는 영상물이다. 아프리카 전통의상 차림이거나 아프리카 특유의 현란한 장식으로 꾸며진 의상을 입은 연기자들이 한데 어울려 경쾌한 공연을 벌인다. 털, 단추, 나뭇가지, 구슬 등 작가가 벼룩시장에서 수집해온 오브제가 수트에 달려 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나는 고유의 소리가 흥을 한껏 돋운다. 신에게 소망을 비는 제의와 같은 퍼포먼스는 마치 우리의 탈춤과 같은 형식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을 지나면, 2층 전시장의 전반부는 아프리카계 작가들의 일러스트 작품과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속옷만 입은 채 정면을 응시하는 흑인과 백인 남성의 사진들을 보면서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피부색'을 구분하게 되며, 일러스트에서 풍자하는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마주하게 된다. 이어 후반부에선 미국 노예시장으로 끌려간 수많은 흑인 여성들이 목화재배를 하며 남은 자투리 천으로 제작한 이불보를 상징하는 린다 데이클락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목화 재배 대농장이 밀집해 있던 지스벤드(Gee's Bend)라는 지역에서 질곡의 세월을 보낸 흑인 여성들은 아프리카의 전통 패턴과 서구의 퀼트방식을 합쳐 고안해 낸 디자인으로 이불보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갔다. 같은 공간에 비치된 곤살로 마분다의 '왕좌'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16년간 내전이 지속된 모잠비크의 분단지역에서 찾아낸 무기를 활용해 의인화된 형태의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전쟁무기가 상징하는 내전의 역사와 정치, 인물상을 통해 드러낸 아프리카 공동체와 전통이 내포된 작품을 통해 민족전쟁의 폭력과 부조리에 대해 비판하고자 했다.
 
린다 데이 클락(미국), '무제'

린다 데이 클락(미국),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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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살로 마분다(모잠비크), '왕좌' 시리즈 작품.

곤살로 마분다(모잠비크), '왕좌' 시리즈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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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전시장으로 오르면,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아프리카계 영국 예술가 존 아캄프라, 잉카 쇼니바레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 비엔날레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된 이들은 영국왕실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들의 작품은 서구의 식민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흑인의 디아스포라 정체성, 메트로폴리스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잉카 쇼니바레의 '흙(earth)'이라는 작품은 인물상과 같은 설치 작품으로 머리엔 지구본을 이고 있다. 의상으론 정장에 바지를 입었지만, 치마도 둘렀다. 작가는 국가나 성별의 구분을 넘어 모두를 한 '인간'으로 바라보자고 역설하는 듯하다. 인물상의 몸짓은 이 같은 구분과 차별에 맞서 '공격하기'보다는 '방어하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은진 큐레이터는 "현재 세계 인구의 4분의 3이 식민지를 경험해 본 상황에서 탈식민주의는 지구상의 대부분의 나라에 강력한 호소력을 가지는 문예사조"라며 "제국주의가 막을 내린 후에도 여전히 경제적ㆍ문화적으로 존재하는 신식민지의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앞으로 도래할 다민족, 다문화 시대를 위한 대안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2월15일까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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